언어 처리 도구, 자연어 분석을 통해 고위험군 식별 및 신속한 개입 지원
제니퍼 미칼로프스키 (Jennifer Michalowski) | 마거번 뇌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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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구 대상이 된 위기 상담에서, 즉각적인 자살 위험과 특히 밀접하게 연관된 것은 우울한 기분이 아니라, 자살에 사용할 수 있는 수단에 대한 언급과 약물 사용이었다. 적극적인 자살 생각과 자해 행위 또한 강력한 경고 신호에 속했다. |
자살 시도는 예측하기 매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십 가지의 위험 요인이 자살과 연관되어 있으며, 숙련된 임상의조차 자살 생각을 가진 이들 중 누가 실제 시도로 이어질지 가려내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자살 생각과 행동의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는 우울증, 경계성 인격 장애,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같은 정신과적 증상 및 질환뿐만 아니라 가난, 수감, 차별, 외로움과 같은 환경적·사회적 스트레스 요인이 있다.
"50여 가지에 달하는 위험 요인들이 우리가 아직 완벽히 이해하지 못한 방식으로 상호작용한다"고 로우 연구원은 말했다. "내면의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느낌에 이르는 경로는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누구의 경로가 자살 시도나 사망으로 이어질지 알아내는 것은 큰 도전 과제다."
지오시와 로우 연구원은 정신건강 위기 동안 상담원과 임상의가 어떤 위험 요인을 가장 유심히 살퍼야 하는지 알고자 했다. 이를 위해 훈련된 자원봉사자들이 위기에 처한 사람들에게 24시간 무상으로 비공개 텍스트 지원을 제공하는 글로벌 정신건강 비영리 단체인 '크라이시스 텍스트 라인(Crisis Text Line)'과 협력했다.
크라이시스 텍스트 라인은 전문 교육과 함께 제한된 데이터셋에 대한 통제된 접근 권한을 제공했다. 연구진은 자원봉사 상담원들과 나눈 약 16,000건의 대화에서 비식별화된 텍스트를 분석했다. 크라이시스 텍스트 라인의 평가를 바탕으로 대화는 비자살성, 급박하지 않은 자살 생각, 급박한 위험 등 세 가지 위험 단계로 분류되었다. 연구진이 가장 밝혀내고자 했던 대상은 바로 이 '급박한 위험' 그룹(자살 계획이 있거나 48시간 이내에 사망할 의도가 있는 이들)이었다.
"어떤 유형의 증상이 가장 높은 자살 위험을 예측하는지 알고 싶었다"고 로우 연구원은 설명했다. 과거에도 이러한 질문이 연구된 적은 있지만, 주로 정신건강 위기가 지난 후 자신의 증상과 경험을 회상하도록 하는 역학 조사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반면 "크라이시스 텍스트 라인은 사람들이 실제 위기를 겪고 있는 순간에 다양한 증상과 잠재적 위험 요인을 평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라고 덧붙였다.
행간 읽기: '자살 위험 어휘집' 구축
연구진은 위기 상담 텍스트를 분석하기 전 '자살 위험 어휘집(Suicide-Risk Lexicon)'을 구축했다. 먼저 인공지능을 활용해 자살 생각, 자살 시도, 자살 사망과 관련된 기존 위험 요인과 연계된 단어 및 문구의 예비 목록을 생성했다. 이후 연구진은 이 목록을 수작업으로 검토하고 정제했으며, 임상 전문가들을 통해 각 항목의 적절성을 검증받았다. 최종 어휘집에는 49개 위험 요인 각각에 대해 약 60개의 단어 또는 문구가 포함되었다.
이어 연구진은 대화 내용에서 어휘집에 수록된 단어와 문구를 찾아내 위험도를 예측하도록 머신러닝 모델을 학습시켰다. 어휘집이 각 단어나 문구를 특정 위험 요인과 연결해 주기 때문에, 연구진은 위기에 처한 사람들 중 급박한 위험에 가장 밀접하게 연관된 요인이 무엇인지 알아낼 수 있었다.
분석 결과는 직관과 항상 일치하지는 않았지만 이전 연구 패턴과 부합했다. 예를 들어 우울증은 자살 생각의 대표적인 위험 요인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모델 분석 결과 자살 수단에 대한 언급과 물질 오남용 표현이 우율한 기분이나 피로감보다 최상위 위험 그룹에서 더 빈번하게 나타났다. 능동적인 자살 생각과 자해 언급 역시 강력한 예측 인자였다. 반면 불안, PTSD, 감정적 고통 등은 중간 수준의 예측력을 보였다.
예측 모델은 각 위험 요인이 전체 위험에 기여하는 바에 따라 가중치를 부여한다. 예컨대 "베다", "약물"과 같이 자살 수단을 언급한 표현에는 높은 가중치가 부여되는 반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절망적이다"와 같은 절망감 관련 표현의 기여도는 비교적 낮게 산정된다. 학습을 마친 모델은 이전에 학습하지 않은 새로운 대화에서도 위험의 심각성을 정확하게 예측해 냈다.
설명 가능성과 데이터 프라이버시
연구진은 단어 목록(어휘집) 방식이 맥락을 완벽히 반영하지 못하거나 어휘집에 명시적으로 포함되지 않은 유사 표현을 놓칠 수 있다는 한계가 있음을 인정한다. 대형 언어 모델(LLM)은 뛰어난 추론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로우 연구원 연구팀 역시 다른 프로젝트에서 LLM을 이용해 자살 위험을 감지하는 방식을 개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특정 단어의 감지를 확실히 보장하고 데이터 프라이버시를 유지하기 위해 어휘집 방식을 병행하여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로우 연구원은 어휘집 제작 과정에는 대형 언어 모델의 성능을 활용했지만, 실제 예측에 사용되는 모델은 훨씬 가벼운 '스몰 AI(Lightweight model)'라고 강조했다. 대규모 연산 능력이 필요한 LLM과 달리, 이 모델은 개인용 컴퓨터에서도 쉽게 실행할 수 있어 비용과 프라이버시 우려를 모두 줄여준다.
마찬가지로 중요한 점은 해석 가능성(Interpretable)이다. 일부 딥러닝 모델처럼 단순 위험도 수치만 출력하는 것이 아니라, 결과에 이르게 된 과정을 사용자에게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주의가 필요한 단어를 시각적으로 표시해 주므로 평가의 근거를 이해하고 그에 맞춰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연구진은 대형 언어 모델에서도 이와 유사한 설명 가능성 접근법을 개발 중이다.
생명이 걸린 중대한 사안인 만큼 인간의 개입은 필수적이다. 마거번 뇌연구소 뇌과학 오픈데이터 이니셔티브의 책임자인 지오시 박사는 "이 분야는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의사결정 과정에 인간이 참여하는 것이 앞으로도 오랫동안 핵심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임상에 도입되기 전에는 예측 모델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선행되어야 하며, 언어 사용의 변화나 대상 집단의 특성에 맞춰 지속적으로 보완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뢰할 수 있는 어휘집의 구축은 정신건강을 이해하는 새로운 길을 열어준다. 지오시와 로우 연구원은 자살 위험 어휘집뿐만 아니라 이를 제작하는 데 사용된 소프트웨어 패키지도 대중에 무료로 공개하고 있다. 다른 연구자들도 이 도구를 활용해 다양한 정신건강 상태에 대한 어휘집을 효율적으로 구축할 수 있다. 로우 연구원은 소셜 미디어부터 전자 건강 기록(EHR)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출처의 텍스트 데이터를 분석하여 위험도를 보다 정확히 추정하는 데 이 어휘집이 이미 활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더사이언스플러스=문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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