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2년 러시아 원정, 나폴레옹 군대의 사망 원인

문광주 기자 / 기사승인 : 2025-10-27 17: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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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12년 여름 나폴레옹은 50만 명 병력 모아 동쪽으로 진군 원정에 나선 30만 명 사망
- 1812년 말 리투아니아 빌니우스에서 전사해 매장된 나폴레옹 병사 13명의 유해 조사
- DNA 분석 결과, 전사한 병사들에게서 예상치 못한 두 가지 병원균이 발견
- 탈진, 감기, 그리고 발진티푸스와 재귀열을 포함한 여러 질병의 복합적 원인

나폴레옹 군대의 사망원인은 무엇일까?
DNA 분석 결과, 1812년 러시아 원정에서 전사한 병사들에게서 병원균 발견


놀라운 발견:
1812년 나폴레옹의 실패로 끝난 러시아 원정에 참전했던 병사들은 이전에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이유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 DNA 분석 결과, 전사한 병사들에게서 예상치 못한 두 가지 병원균이 발견되었다. 나폴레옹 군대는 발진티푸스와 참호열* 대신, 주로 발진티푸스와 재귀열에 시달렸을 가능성이 있다. 연구자들은 "Science Advances"에 이러한 질병과 굶주림, 추위가 "대(大)육군(Grande Armée)"을 전멸시켰다고 보고했다. 

*참호열은 이(lice)가 옮기는 열성 전염병으로, 5일 간격으로 고열이 반복되고 오한, 신경통 등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 이 병은 주로 제1·2차 세계대전 당시 참호(군용 구덩이)에서 집단생활을 하던 병사들에게 많이 발생했던 데서 유래한 명칭이다.

▲ 1812년 나폴레옹의 러시아 원정 실패 후 후퇴 과정에서 수십만 명의 병사들이 굶주림, 추위, 질병으로 사망했다. 이제 이러한 질병들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새로운 증거가 등장했다. © historical

1812년 여름,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 1세 보나파르트는 50만 명의 병력을 모아 이 "대육군"을 이끌고 동쪽으로 진군했다. 그의 목표는 러시아에 대한 승리와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정복이었다. 그러나 원정은 비극적으로 끝났다. 정복은 실패했고, 나폴레옹 군대는 혹독한 러시아의 겨울 속에서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최소 30만 명의 프랑스 군인이 사망했고, 그중 극소수만이 고국으로 돌아왔다.

파리 파스퇴르 연구소의 레미 바르비에리(Rémi Barbieri)와 그의 동료들은 "이러한 막대한 손실은 러시아의 공격 때문이 아니라, 러시아 겨울의 매서운 추위와 굶주림, 질병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나폴레옹 군대의 한 군의관이 병사들에게 발진티푸스, 설사, 발열, 폐렴, 황달이 발생했다고 보고한 사실도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한다.
▲ 연구 개요도 (출처:Paratyphoid fever and relapsing fever in 1812 Napoleon's devastated army / October 24, 2025 / Current Biology)


발진티푸스와 참호열이 원인일까?

많은 병사에게 가장 흔한 질병이자 사망 원인으로 추정되는 것은 리케차 프로바제키(Rickettsia prowazekii)라는 세균에 의한 발진티푸스와 바르토넬라 퀸타나(Bartonella quintana)라는 병원균에 의한 참호열이다. 연구진은 "나폴레옹 군대 전사자에서 몸이(body lice)가 발견된 것은 이러한 가설을 뒷받침하는데, 이 몸이가 병원균의 주요 매개체로 여겨지기 때문이다"고 보고했다.

또한, 2006년 연구에서는 일부 병사들에게서 이 두 병원균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이는 미생물 DNA 흔적을 발견했다. 그러나 바르비에리와 그의 팀은 "이러한 분석은 당시 기술 한계로 인해 두 개의 짧은 DNA 단편에만 기반을 두었다"며 "결과적으로, 나폴레옹 군대에 이러한 병원균의 존재를 확실하게 입증하기에 해상도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DNA 분석, 예상치 못한 결과 도출

그렇다면 러시아에서 후퇴하는 동안 나폴레옹의 "대육군"을 휩쓴 질병은 무엇이었을까? 이를 알아내기 위해 바르비에리와 그의 동료들은 1812년 말 리투아니아 빌니우스에서 전사해 매장된 나폴레옹 병사 13명의 유해를 조사했다. 그들은 2006년에는 아직 개발되지 않았던 최첨단 DNA 시퀀싱 방법을 사용했다. 그리고 그 결과 얻은 염기서열을 알려진 185가지 병원균의 DNA와 비교했다.


놀라운 결과:
일반적인 가정과 이전 연구와는 달리, 사망한 병사들에게서 발진티푸스나 참호열을 유발하는 병원균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바르비에리와 그의 연구팀은 "샘플에서 리케차 프로바제키나 바르토넬라 퀸타나를 검출할 수 없었다"고 기록했다. 또한 그들은 두 가지 다른 병원균, 즉 발진티푸스균인 살모넬라 엔테리카 티피(Salmonella enterica Typhi)와 재귀열을 유발하는 병원균인 보렐리아 레쿠레티스(Borrelia recurrentis)의 DNA를 발견했다.
▲ 연구의 역사적, 지리적, 고고학적 맥락 (A) 아돌프 노던(Adolph Northen)이 1851년에 그린 "나폴레옹의 모스크바 퇴각"이라는 그림. 나폴레옹 군대의 퇴각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B) 본 연구에서 표본이 채취된 리투아니아 빌니우스에 있는 고고학 유적지의 위치와 연대를 보여주는 유럽 지도. (C) 나폴레옹 병사들의 유해가 있는 참호 발굴 중 촬영한 현장 사진. 위 사진은 집단 무덤에서 발견된 제국식 군복 단추의 모습을 보여준다. 아래 사진은 집단 무덤의 전경을 보여준다(사진 제공: credit photo, Michel Signoli). (출처:Paratyphoid fever and relapsing fever in 1812 Napoleon's devastated army / October 24, 2025 / Current Biology)

위험한 순무

이는 나폴레옹 군대에 만연했던 질병에 대한 완전히 새로운 그림을 보여준다. 바르비에리와 그의 동료들은 "이 연구는 러시아에서의 참혹한 후퇴 기간 발진티푸스가 사망 원인에 기여했다는 최초의 직접적인 증거를 제시한다"고 말했다. 군의관 데 키르크호프가 병사들 사이에서 심각한 설사와 감염원 가능성을 보고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데 키르크호프는 "리투아니아에 있을 때 설사가 매우 흔했다"고 기록했다. "한 가지 원인은 거의 모든 집에서 소금에 절인 비트 통을 발견해서 먹고 주스를 마셨다는 것이다." 그는 이미 이 비트가 설사의 원인이라고 의심했다. 사실, 발진티푸스 병원균은 주로 오염된 물이나 음식을 통해 전염되며, 허약한 사람들에게 발열, 구토, 설사, 통증을 유발한다. 몸니에 의해 전염되는 재귀열은 일반적으로 치명적이지는 않지만, 이미 배고픔, 감기, 발진티푸스로 약해진 병사들을 더욱 약화시켰을 가능성이 있다.

탈진, 감기, 그리고 여러 질병의 복합적 원인

새로운 분석 결과, 이전에는 주목받지 못했던 두 가지 병원균이 발견되었으며, 이는 이전에 주목받았던 두 가지 병원균이 주범이라는 주장을 반박한다. 그러나 바르비에리와 그의 동료들은 당시 "대육군"의 굶주리고 얼어붙은 병사들 사이에 여러 질병이 돌고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연구진은 "나폴레옹 병사들의 사망 원인에 대한 가능한 시나리오는 탈진, 감기, 그리고 발진티푸스와 재귀열을 포함한 여러 질병의 복합적 원인일 수 있다"고 기술했다. 그러나 러시아에서 퇴각하는 동안 나폴레옹 군대를 괴롭혔던 전염병의 진정한 범위를 규명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표본이 필요하다.

참고: Current Biology, 2025; doi: 10.1016/j.cub.2025.09.047
출처: Cell Press

[더사이언스플러스=문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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