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 감수성으로 다시 만나는 오페라 《소나기》

문광주 기자 / 기사승인 : 2026-09-03 20: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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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순원의 단편소설 《소나기 원작 오페라 상연
- 9월 10일 목요일 통영 윤이상기념관 메모리얼홀
- 원작보다 극적인 요소를 강화하고, 사랑의 정서를 오페라라는 장르의 언어로 풀어내

한국적 감수성으로 다시 만나는 오페라 《소나기》

황순원의 단편소설 《소나기》를 원작으로 탁계석이 대본을 쓰고, 최천희를 중심으로 이형근·한정훈·김호준이 작곡한 오페라 《소나기》가 오는 9월 10일 목요일 통영 윤이상기념관 메모리얼홀에서 다시 관객을 만난다. 2008년 초연 이후 꾸준히 무대에 오르며 한국 창작 오페라의 대표 레퍼토리로 자리 잡은 작품이다. 


오페라 《소나기》는 여름날 시골 들판을 배경으로 한 소년과 소녀의 순수하고 짧은 첫사랑을 그린다. 원작이 지닌 아름다움과 덧없음은 아리아와 합창을 통해 더욱 입체적으로 확장된다. 특히 소년과 소녀뿐 아니라 아버지와 어머니, 노인, 회사원, 농부 등 다양한 인물을 등장시켜 원작보다 극적인 요소를 강화하고, 한순간 피었다 사라지는 사랑의 정서를 오페라라는 장르의 언어로 풍부하게 풀어낸다.

이번 작품에서 주목할 부분은 작곡가 최천희의 독창적인 음악 세계다. 한국 창작 오페라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해 온 그는 《소나기》를 비롯해 《논개》, 《대장경》, 《윤흥신》 등 여러 작품을 통해 한국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정서를 음악으로 표현해 왔다. 최근에는 판소리 오페라 《수궁가》를 콘서트 형식으로 선보여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 작곡가최천희

최천희의 음악적 출발점에는 자신의 고향인 경상남도와 한국 전통문화가 자리한다. 역사적 인물의 삶을 다룬 《논개》, 불교 문화유산을 소재로 한 《대장경》, 임진왜란 당시 다대진 전투에서 끝까지 항전하다 순절한 윤흥신 장군을 그린 《윤흥신》에 이르기까지 그의 작품은 역사와 지역의 정서를 중요한 음악적 소재로 삼는다. 그리고 이를 표현하기 위해 국악과 서양 음악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특한 음악어법을 구축해 왔다.
그는 서양 오페라의 형식을 따르면서도 한국적 감수성을 구현하기 위해 우리말의 가사와 창법의 결합을 오랫동안 연구해 왔다. 특히 한국어의 언어 체계와 구강 구조에 적합한 발성법을 모색하면서 판소리와 경기민요, 벨칸토, 뮤지컬 창법을 하나의 음악적 표현 안에서 융합하였다. 이러한 시도는 서양 오페라의 틀 안에 한국어와 한국적인 소리의 미감을 자연스럽게 담아내려는 그의 지속적인 음악적 탐구라 할 수 있다.

 

《소나기》에서도 이러한 음악적 특징은 선명하게 드러난다. 가야금·아쟁·북·장구 등의 국악기에 현악 5부, 피아노, 재즈 트리오를 더해 동서양 악기의 경계를 허물고, 서로 다른 음색과 리듬을 하나의 음악적 공간 안에 배치한다. 전통 음악의 풍취와 서양 오페라의 구조가 만나면서 기존의 오페라와는 다른 한국적 음향 세계를 만들어낸다. 특히 국악기의 음색을 서양 현악기의 피치카토나 술 폰티첼로(Sul ponticello)와 같은 효과로 활용하거나, 반대로 서양 악기의 음색에서 전통적 질감을 끌어내는 방식은 그의 독특한 작곡 어법을 보여준다. 여기에 한국의 여러 음계와 선법을 폭넓게 활용해 선율의 흐름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다양한 음형과 리듬을 만들어낸다. 즉흥성을 연상시키는 산조적 움직임과 선법의 변화가 어우러지면서 음악은 때로는 자유롭게 흘러가고, 때로는 강렬한 극적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결국 최천희의 음악에서 중요한 것은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을 단순히 병치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음악적 언어를 하나의 표현 체계 안에서 융합하는 데 있다. 전통 음악의 소리와 정서를 바탕으로 서양 오페라의 극적 구조를 결합하고, 한국어의 고유한 억양과 창법까지 음악의 일부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황순원의 《소나기》가 보여준 짧고도 강렬한 첫사랑의 기억은 최천희의 음악을 만나 더욱 풍부한 소리의 세계로 확장된다. 한여름 갑작스럽게 쏟아졌다가 흔적을 남기고 사라지는 소나기처럼, 소년과 소녀의 사랑도 짧기에 더욱 아름답고 오래 기억된다. 이번 통영 공연은 그 아련한 정서를 한국적 음악어법과 오페라의 극적 언어로 다시 만나는 자리가 될 것이다.

대본: 탁계석 

작곡 : 최천희. 이형근, 한정훈, 김호준 
출연진: 

전예빈(소녀), 여수현(소년), 황미진(어머니) 김종홍(아버지&노인), 김화수(회사원&농부), 피아노: 윤지현, 경남리틀싱어즈, 꼬니-니꼬체임버앙상블
2026년 9월 10일(목) 오후 7시 30분 통영 윤이상기념관 메모리홀


評 성용원(작곡가)






[더사이언스플러스=문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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