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의 혈소판은 암 DNA도 수집한다.

문광주 기자 / 기사승인 : 2025-08-24 20:5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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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혈소판은 우리 혈액에서 가장 작은 세포, 혈액 응고에 중요한 역할
- 부상 발생하면 혈소판이 상처 부위에 모여 끈적한 단백질 섬유 형성하고 서로 교차 결합
- 76명의 피험자 혈액에서 혈소판의 DNA를 분석
- 혈소판은 유리(流離) 암 DNA를 포획하여 축적

우리 몸의 혈소판은 DNA를 수집한다.
혈소판은 낯선 DNA 조각을 흡수해 초기 암 진단에 도움


단순히 혈액 응고를 돕는 것 이상: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우리 몸의 혈소판은 핵이나 DNA가 없지만, 혈액에서 이물질 DNA 조각을 수집할 수 있다. 작은 스펀지처럼 혈소판은 혈액 속에 자유롭게 떠다니는 유전 물질 조각, 즉 암세포와 전암 세포의 DNA를 흡수한다. 연구자들이 "Science"에 보고한 바와 같이, 이러한 특성은 혈소판을 귀중한 바이오센서로 만들어 암 조기 진단에 도움을 줄 수 있다. 

▲ 혈소판(흰색)에는 핵이 없고 자체 유전 물질도 없다. 그러나 한 연구에 따르면 혈소판에는 외부 DNA가 포함되어 축적될 수 있다.© Nemes Laszlo

혈소판은 우리 혈액에서 가장 작은 세포이며 혈액 응고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부상이 발생하면 혈소판이 상처 부위에 모여 끈적끈적한 단백질 섬유를 형성하고 서로 교차 결합한다. 이렇게 생성된 혈전은 출혈을 멈추고 새로운 조직의 틀을 형성한다. 혈소판은 또한 우리 면역 체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혈소판은 활성 염증 부위로 이동해 그곳의 박테리아에 부착한다. 이로 인해 병원균은 면역 체계의 식세포에게 쉽게 먹이가 된다.

외래 DNA를 가진 혈소판

연구진은 혈소판의 또 다른 놀라운 능력을 발견했다. 옥스퍼드 대학교의 로렌 머피와 동료들이 발견했듯이, 혈소판은 핵도 없고 자체 DNA도 없지만 외래 DNA를 흡수할 수 있다. 연구팀은 연구를 위해 76명의 피험자 혈액에서 혈소판의 DNA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모든 혈소판에서 DNA가 검출되었다.

그렇다면 이 DNA는 어디에서 유래한 것일까? 혈소판을 생성하는 세포의 유전적 잔여물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 연구팀은 임산부의 혈액을 분석했다. 그 결과, 임산부의 혈소판에서 태아의 DNA가 검출되는 경우가 있었다. 이는 Y 염색체 단편을 통해 확인되었는데, 이는 이 여성들의 남성 자손에게서만 유래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 혈소판은 순환 중 cfDNA를 격리한다. 골수 거핵세포는 혈소판을 혈류로 방출한다. 순환 중 혈소판은 세포외 DNA(히스톤 결합 뉴클레오솜 조각)를 만나는데, 이 조각은 종양 세포와 유리 태아 DNA를 포함하여 생리적 세포자멸사를 겪는 세포에서 방출된다. 혈소판은 외부 DNase 분해로부터 내부 DNA를 보호하고, 혈소판 활성화 시 다이너민 의존적인 방식으로 DNA를 방출한다. [그림은 BioRender.com에서 제작] (출처:Platelets sequester extracellular DNA, capturing tumor-derived and free fetal DNA / 14 Aug 2025)

"작은 스펀지처럼"

이번 연구는 혈소판이 혈액에서 외래 DNA를 흡수해 운반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명확하게 보여준다. 옥스퍼드 대학교의 선임 저자인 베트한 프사일라(Bethan Psaila)는 "혈소판은 작은 스펀지처럼 작용해 죽거나 죽어가는 세포에서 방출되는 유전자 조각을 수집한다"고 설명했다. 흡수된 DNA는 혈소판 내의 특수 세포 소포에 싸여 더 분해되지 않도록 보호한다.

혈소판의 이러한 스펀지와 같은 기능은 독특한 형태 덕분에 가능하다. 혈소판은 세포 표면에서 내부로 뻗어 있는 작은 관망으로 교차되어 있다. 이전에는 혈소판이 이 열린 관망 시스템을 이용하여 혈액으로 전달 물질과 효소를 방출한다는 것이 알려져 있었다. 이제 이러한 관들이 일방 통행로가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다. 혈소판은 주변 부위의 유전 물질을 혈소판 내부로 운반하기도 한다.

혈소판은 암 DNA도 수집한다.


머피는 "흥미로운 점은 혈소판이 암세포의 DNA 조각도 수집한다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는 연구진이 혈소판을 암세포와 함께 배양한 실험실 실험을 통해 입증됐다. 더하여 연구진은 초기 및 진행성 암 환자의 혈소판에서도 돌연변이 DNA를 검출할 수 있었다. "결장에 전암성 용종이 있는 환자에서도 이러한 암 돌연변이를 가진 DNA를 발견했다"고 머피 박사는 보고했다. 암세포의 DNA 조각도 혈액에 자유롭게 떠다니지만, 그 밀도가 매우 낮아 검출이 어렵다.

혈소판의 경우는 다르다. 혈소판은 유리(流離) 암 DNA를 포획하여 축적한다. "결과적으로 혈소판은 이전에는 활용되지 않았던 세포 유리 DNA 저장소를 형성해 액체 생검의 민감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고 머피(Murphy) 박사는 말했다. "액체 생검"은 암 조기 발견을 위한 혈액 샘플 분석을 설명하는 용어다. 이는 세포 잔여물과 DNA 조각을 찾아 숨겨진 암 종양이나 전이를 검출하는 것을 포함한다.

더 나은 조기 암 검출 기회

혈소판에서 이질 DNA를 발견함으로써 조기 암 검출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혈소판은 그 수가 많고 추출이 용이하며 거의 모든 조직에 존재하기 때문에 유전 질환의 바이오센서로 사용하기에 이상적이다"고 프사일라는 말했다. 이를 통해 많은 암성 종양을 초기 단계에서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이번 연구 결과는 광범위한 임상적 의의를 지니며 향후 연구의 길을 열어준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지금까지 초기 단계의 암을 발견하는 것은 현행 방법의 민감도가 충분하지 않아 특히 어려웠다. 혈소판에서 암의 특징을 분석하면 이러한 상황을 바꿀 수 있다. 

▲ 혈소판은 비활성 상태일 때 둥근 원반 모양(왼쪽)을 보인다. 예를 들어 상처 부위에서 활성화되면 수많은 세포 돌기가 튀어나온다. © Vigilius / CC-by-sa 4.0

방어 보조제로서의 혈소판

하지만 혈소판의 "광적인 수집"은 우리 몸에 유익할 수도 있다. 프사일라(Psaila)는 "자유롭게 떠다니는 DNA 조각은 염증과 자가면역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DNA 조각을 수집함으로써 혈소판은 이러한 비특이적 면역 반응을 억제할 수 있다. 연구진은 "하지만 혈소판이 표적화된 방식으로 DNA를 방출할 수 있다는 사실도 발견했다"고 보고했다.

이는 혈소판이 새로운 상처나 감염 부위의 면역 반응을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음을 의미한다. 프사일라(Psaila)는 "혈소판은 한편으로는 비특이적 염증을 예방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필요한 부위에 정확히 표적화된 염증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참고: Science, 2025; doi: 10.1126/science.adp3971
출처: Ludwig Institute for Cancer Research

[더사이언스플러스=문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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