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추위가 수명을 연장하는가
추위는 젊음을 유지해 준다:
약간 낮아진 체온은 동물과 사람의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 연구진은 선형동물을 대상으로 그 기저에 있는 신호 전달 경로를 밝혀냈다. 이에 따르면 적당한 추위는 근육 내에서 단백질 균형을 유지하는 물질의 생성을 자극한다. 이번 발견은 헌팅턴병 및 루게릭병(ALS) 같은 질병 치료를 위한 새로운 접근법도 열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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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위는 수명을 연장하는 과정을 촉발할 수 있다. · 사진:픽사베이 |
인간, 생쥐, 혹은 벌레 등 어떤 종에서든 체온을 약간 낮추는 것은 노화를 늦출 수 있다. 쾰른대학교의 이현주(Hyun Ju Lee) 연구팀은 “예전에는 이것이 신진대사가 추위로 인해 느려지는 것에 기존한 수동적 효과라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이제 연구들을 통해 추위 유도형 장수가 능동적으로 조절되는 과정임이 밝혀졌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그 기저에 있는 메커니즘은 지금까지 불분명했다.
근육에서의 생성
이 생명 연장적인 추위의 비밀을 추적하기 위해 리와 동료 연구진은 선형동물인 예쁜꼬마선형동물(Caenorhabditis elegans)을 일반적인 실험실 조건인 섭씨 20도 또는 낮춘 온도인 섭씨 15도에서 사육했다. 예상대로 더 낮은 온도에서 사육된 개체들은 더 높은 온도에 있던 개체들보다 더 오래 살았다. 이들의 대사물질을 비교한 결과, 추위 속에서 45종의 대사물질이 더 많이 생성되었으며, 그중에서도 디하이드로바이오프테린(BH2)이라는 물질이 가장 두드러졌다.
연구진이 BH2의 생성을 억제하자, 저온에서 사육된 선형동물은 더 이상 고온에 있던 개체들보다 오래 살지 못했다. 이로써 BH2가 추위와 장수 사이의 결정적인 연결고리 역할을 할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이 분자는 주로 근육에서 생성된다. 공동 연구자인 다비드 빌체스(David Vilchez)는 “그 후 BH2는 근육 조직에서 방출되어 신체의 다른 부분으로 퍼져나간다”고 설명한다. 이곳에서 BH2는 활성 형태인 BH4로 변환되며, BH4는 다시 아미노산 페닐알라닌을 아미노산 티로신으로 전환하는 역할을 한다. 이는 단백질 균형을 보장하는, 즉 단백질이 올바르게 접히고 문제없이 기능하도록 보장하는 중요한 단계이다.
추위 효과를 추위 없이 얻기
추가적인 실험에서 연구진은 BH2나 티로신만으로도 더 높은 온도에서 추위의 수명 연장 효과를 얻기에 충분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20도 또는 25도에서 사육된 선형동물에게 이 물질들 중 하나 또는 둘 다를 투여하자, 이들은 15도에서 사육된 개체들과 비슷하게 오래 살았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이한슬과 이승재 연구원은 관련 논평에서 “인간에게 더 낮은 체온을 유지하는 것은 생리학적으로 까다롭고 잠재적으로 위험하기 때문에, 이 신호 전달 경로를 표적화하여 조작하는 것은 추위의 수명 연장 효과를 모방할 수 있는 실현 가능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적었다.
인간에게도 장수 부스터가 될 수 있을까?
실제로 이 효과는 인간 세포에서도 작동한다. 단백질의 비정상적 응집과 관련된 헌팅턴병과 루게릭병(ALS)의 인간 세포 모델을 이용한 세포 배양에서, BH2와 티로신은 병적으로 엉기는 단백질을 줄여주는 효과를 보였다. 빌체스는 “이는 치료적 접근을 위한 새로운 길을 열어준다”고 평가했다.
다만 선형동물과 달리 인간에게 BH2는 수많은 다른 신호 전달 경로에도 관여한다. 따라서 이 대사물질이 과도할 경우 알 수 없는 부작용이 동반될 수 있다. 두 연구원은 “그 영향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포유류를 대상으로 한 생체 내(in vivo) 실험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에서 확인된, 아직 상세히 연구되지 않은 다른 대사물질들 역시 추위에 의해 상향 조절되며 유망한 표적을 제공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는 BH2가 저온의 긍정적인 효과를 조율하는 더 큰 전신 대사 신호 네트워크의 일부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이러한 신호 전달 경로를 규명한다면 체온을 변화시키지 않고도 추위의 건강 증진 효과를 재현할 수 있는 추가적인 전략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출처: 이현주(Hyun Ju Lee, 쾰른대학교) 외, Nature, doi: 10.1038/s41586-026-11152-9
[더사이언스플러스 / 문광주 기자 helloscienceplu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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