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수상자는 어떻게 선정될까?
노벨상은 과학 분야 최고의 영예로, 매년 의학, 물리학, 화학 및 관련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긴 이들에게 수여된다. 그렇다면 수상자는 어떤 과정을 거쳐 선정될까? 그리고 위대한 과학자 중 일부가 이 상을 받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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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월 초에 노벨상 수상자들이 발표된다. |
1901년부터 물리학, 화학, 의학 분야의 뛰어난 과학적 성과는 노벨상으로 그 공로를 인정받아 왔다.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한 알프레드 노벨은 인류에게 큰 기여를 한 업적을 기리고 장려하기 위해 이 상을 제정했다. 하지만 노벨상 수상 여부는 연구자의 공로와 성과만으로 결정되지 않으며, 시대적 상황과 여건도 맞아떨어져야 한다.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장과 노벨 재단의 규정은 특정 규칙과 절차를 명시하고 있는데, 때로는 이러한 규칙이 자격을 갖춘 후보자들에게 걸림돌이 되기도 했다.
노벨 위원회는 후보를 어떻게 선정할까?
선정 절차상 후보자는 반드시 타인에 의해 추천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노벨 위원회는 약 1년 전부터 엄선된 과학자와 기관에 비밀 추천 서식을 발송한다. 이후 2월에 위원회는 제출된 추천서 중에서 후보자를 선별한다. 후보 명단은 50년간 비밀로 유지되며, 최종 수상자만 외부에 공개된다.
이어 전문가들을 위촉해 후보자들의 연구 성과를 평가하고 위원회 위원들의 선택을 돕는 자문을 받는다. 이후 수개월 동안 수차례의 심사 라운드가 진행되며, 10월 초에 각각 6명으로 구성된 위원회의 최종 투표가 이루어진다. 3개 자연과학 분야마다 각각 존재하는 이 6인 위원회 위원들은 스웨덴 왕립과학원으로부터 3년 임기로 선출되며, 화학·물리학·의학/생리학 등 해당 전문 분야의 학자들로 구성된다.
멘델레예프가 수상하지 못한 이유
노벨상이 첫 수여된 1901년 무렵, 초기 심사위원회들은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장 조항을 오늘날보다 훨씬 더 문구 그대로 엄격하게 적용했다. 이로 인해 내로라하는 저명한 과학자들이 상을 놓치게 되었다.
원소 주기율표를 만든 러시아의 화학자 딤트리 멘델레예프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19세기 중반 독일의 화학자 로타르 마이어와 거의 동시에 특정 화학 원소들 사이의 묘한 '친연성'을 설명하는 체계를 개발했다. 마이어와 달리 멘델레예프는 표에서 생기는 빈자리의 의미를 파악해 냈다. 이후 15년에 걸쳐 이 빠져 있던 원소들이 실제 발견되면서 멘델레예프의 주기율표는 입증되었고, 오늘날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그럼에도 이 러시아 화학자는 끝내 노벨상을 받지 못했다. 이유는 알프레드 노벨이 유언장에 "지난해 인류에게 가장 큰 기여를 한 인물에게 상을 수여해야 한다"고 명시했기 때문이다. 20세기 초 심사위원회는 이 문구를 문법 그대로 받아들여 성과가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과학자들에게만 상을 주었다. 멘델레예프의 업적은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론물리학자들의 난제
획기적인 이론을 정립한 연구자들 역시 노벨상을 받기 어려운 편이다. 노벨 위원회는 실험적 성과를 선호하는데, 실험을 통한 성과가 훨씬 쉽게 이해되고 그 중요성을 평가하기 용이하기 때문이다. 또한 수많은 이론적 예측과 모델은 실험으로 입증된 후에야 비로소 인정을 받는다.
2016년 라이고(LIGO) 및 비르고(Virgo) 연구진이 최초로 중력파를 관측한 사례가 좋은 예시다. 시공간의 흔들림과 그 발생 과정은 이미 100년 전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에 의해 이론적으로 예견되었으나, 노벨상은 실제 실험으로 관측된 이후에야 수여되었다.
2012년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에서 관측된 힉스 보손도 마찬가지다. 이미 1964년 물리학자 피터 힉스, 로버트 브라우트, Fransois Englert는 이 입자와 관련된 힉스장이 어떻게 모든 기본 입자에 질량을 부여하는지 이론적으로 설명했다. 그러나 힉스와 앙글레르가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것은 힉스 보손이 발견된 다음 해인 2013년이었다. 브라우트에게는 이 발견이 너무 늦게 찾아왔다. 그는 2011년에 사망했으며, 노벨상 규정상 사후 수여는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분야가 맞지 않은 경우
자신의 전문 분야 때문에 노벨상을 놓친 과학자들도 있다. 알프레드 노벨이 지정한 분야는 물리학, 화학, 의학 3가지였기 때문이다. 오늘날에는 천문학이나 분자생물학처럼 밀접하게 연관된 인접 분야 연구자들도 상을 받지만,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다. 미국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이 대표적이다. 그는 멀어지는 천체의 빛에서 적색편이가 일어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우주가 확장하고 있음을 밝혀냈다. 오늘날이라면 노벨상을 받기에 충분한 업적이지만, 허블이 살아있을 당시 천문학은 노벨상 대상 분야에 포함되지 않았다.
미국의 분자생물학자 카를 우즈 역시 비슷한 이유로 수상하지 못했다. 그는 리보솜 RNA 비교 연구를 통해 생명의 계통수가 기존에 알려진 2개가 아닌 3개의 주요 가지로 나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세균과 진핵생물 외에 고균(Archaea)이 생명의 세 번째 도메인임을 밝혀낸 것이다. 리보솜 RNA 분석은 오늘날 분자계통학의 기초를 이루고 있지만, 우즈는 2012년 사망할 때까지 노벨상을 받지 못했다.
혹은 성별 문제
여성 과학자들 또한 오랫동안 불이익을 받았다. 자연과학 3개 분야의 노벨상 여성 수상자 비율은 2~6%에 불과하다(최근 들어 상승하는 추세이긴 하다). 핵분열 연구에 기여한 물리학자 리제 마이트너, DNA 구조를 함께 밝혀낸 로잘린드 프랭클린, 펄서를 발견한 천문학자 조슬린 벨 번넬 등 굵직한 업적을 남긴 수많은 여성 연구자들이 상을 받지 못하고 지나쳐야 했다.
[더사이언스플러스 / 문광주 기자 helloscienceplu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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