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질·컨셉질 지쳤다"… 인플루언서 문화의 한계

문광주 기자 / 기사승인 : 2026-10-07 11:25:31
  • -
  • +
  • 인쇄
3분
- U.S. 경기 중단시킨 인플루언서… 촬영 소음과 조명에 선수 흐름 깨져
- 윔블던, 내년 인플루언서 전용 출입증 안 준다… 링라이트 압수 방침
- 과시형 콘텐츠에 피로감 느낀 대중… "모든 순간이 콘텐츠는 아니다“

"더 이상 안 참는다"… 링라이트·소음에 뿔난 스포츠계, '인플루언서 패싱' 선언

경기장을 가득 채운 관중의 시선이 코트가 아닌 VIP 스위트룸으로 쏠렸다. 링라이트 조명을 켜고 화려한 포즈를 취하며 콘텐츠 촬영에 열중하는 인플루언서들 때문이었다. 급기야 주심이 진행 중이던 테니스 그랜드슬램 경기를 중단시키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최근 U.S. 오픈 경기 도중 일어난 이 해프닝은 단순한 스포츠 해프닝을 넘어, 현시대가 직면한 '인플루언서 문화의 대격변'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떠올랐다.

경기 방해에 관중 피로감 극대화

지난 8월 31일 U.S. 오픈 경기 당시, 체어 엄파이어(주심) 카데르 누니는 그레이 구스(Grey Goose) 럭셔리 스위트룸 내 인플루언서들의 촬영 소음으로 인해 경기를 잠시 중단시켰다. 이로 인해 서브 흐름이 끊긴 오사카 나오미 선수를 비롯해 수많은 테니스 팬들이 불만을 표출했다.

문제가 된 인플루언서들이 미국테니스협회(USTA)의 공식 크리에이터 프로그램 참여자는 아닌 것으로 밝혀졌으나, 콘서트나 식당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촬영을 이어가는 인플루언서들에 대한 관중들의 누적된 피로감을 터뜨리는 촉매제가 됐다.

스포츠·공연계 "콘텐츠보다 본질이 우선"… 강력 규제 착수

상황이 악화되자 전통을 중시하는 영국 윔블던 올에어로클럽(AELTC)은 즉각 대응에 나섰다. 윔블던 측은 내년 대회부터 인플루언서나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위한 별도의 취재/출입 자격(Accreditation)을 발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아울러 관람객들이 경기장에 링라이트를 반입할 경우 입구에서 즉시 압수할 방침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스포츠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밥 딜런, 알리샤 키스, 존 멀레이니 등 주요 아티스트들은 이미 공연장 내 스마트폰 봉인 주머니(Yondr pouch, 욘더 파우치) 사용을 의무화하며 '스마트폰 없는 공간'을 만들어가고 있다. 촬영에 집중하느라 정작 순간의 경험을 즐기지 못하는 문화를 바꾸겠다는 취지다.

▲ 욘더 파우치(Yondr Pouch); 스포츠 경기나 공연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기

위한 봉인 주머니)편집자 주) 사진출처;DEFENDER


"자랑질·컨셉질 지쳤다"… 인플루언서 문화의 한계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단순한 매너 문제를 넘어 '과시형 콘텐츠'에 대한 대중의 심각한 피로감에서 비롯된 현상으로 분석한다. 고물가와 주거비 상승 등으로 대중이 경제적 부담을 느끼는 상황에서, 인플루언서들의 과도한 명품 하울(Haul)이나 일상 포장용 콘텐츠는 점차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체험의 본질보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콘텐츠' 제작에만 몰두하는 인플루언서 문화가 대중과 주최 측의 강한 반발을 사면서, 무분별한 촬영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은 전 세계적으로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더사이언스플러스 / 문광주 기자 helloscienceplus@gmail.com]

[저작권자ⓒ the SCIENCE plus.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글자크기
  • +
  • -
  • 인쇄

주요기사

+

많이 본 기사

Basic Science

+

AI & Tech

+

Photo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