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관측의 새 지평: 천문학자들, 사상 최초로 ‘초록색 별’ 발견
일반적으로 밤하늘의 별들은 온도에 따라 푸른빛, 흰빛, 노란빛, 혹은 붉은빛을 띠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별의 색상이 곧 표면 온도를 보여주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국제 연구진이 기존의 천체 색채 공식을 완전히 뒤엎는 놀라운 발견을 해냈다.
![]() |
| ▲ 백색왜성 WDJ1330+6435는 흰색이 아니라 녹색으로 빛난다. 이는 지금까지 관측된 최초의 녹색 별이다. · [사진: © Mark Garlick/워릭대학교] |
지구에서 약 280광년 떨어진 곳에서 사상 최초로 선명한 사과 녹색 빛을 내뿜는 백색왜성이 포착된 것이다. 영국 워릭대학교의 마크 홀랜드(Mark Hollands) 연구팀은 다양한 조성과 온도를 가진 백색왜성이 실제 인간의 눈에 어떻게 보일지 분석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 결과는 학술지 RAS Techniques and Instruments에 게재되며 학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4천 도 온도에서 탄생한 라임빛 행성
잔해의 비밀주인공은 용자리 방향에 위치한 백색왜성 'WD J1330+6435'이다. 이 별은 약 4천도의 온도를 지녀 이론적으로는 노란빛을 띠어야 정상이다. 하지만 정밀한 빛 스펙트럼 분석 결과, 이 천체는 약 500나노미터 파장의 라임색 또는 사과 녹색을 발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
| ▲ 백색왜성의 다양한 색깔. 비교를 위해 왼쪽 위에는 푸른색 별 시리우스가 나타나 있다. — © Mark Hollands/ 워릭대학교 |
이처럼 기이한 초록빛의 원인은 별의 강력한 중력이 끌어들인 '행성스러움'에 있다. 별의 외곽 대기가 나트륨, 리튬, 칼슘 등 금속 성분으로 심하게 오염되어 있으며, 특히 풍부한 나트륨 성분이 오렌지색 빛 영역을 흡수하면서 남은 스펙트럼이 으스스하면서도 신비로운 초록빛으로 빛나게 된 것이다. 연구팀은 이를 두고 "영화 속 과학소설(SF)에서나 보던 광경이 현실로 확인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색왜성의 편견을 깨다: 핑크빛·노란빛 별들의 등장
이번 연구는 초록색 별의 발견에 그치지 않았다. 연구진이 반경 65광년 이내에 있는 백색왜성 152개를 전수 조사한 결과, 약 30분의 1(약 3.3%)에 달하는 별들이 기존의 온도별 색상 분류에서 벗어난 '컬러풀한 예외'임을 확인했다.
대표적으로 약 48광년 떨어진 백색왜성 'WD J1011+2845'는 우주에서 가장 붉은 축에 속하는 깊은 'lachsrosa(연어 분홍빛/진한 핑크빛)'를 띠고 있다. 이는 강한 대류 현상으로 인해 별의 핵에 있던 이원자 탄소 분자(C2)가 표면으로 솟구쳐 올라와 헬륨 가스 대기와 상호작용을 일으킨 결과다. 이 외에도 칼슘 이온 등의 영향으로 푸르스름한 연두빛을 띄는 별들이 추가로 발견됐다.
![]() |
| ▲ 차가운 백색왜성 WDJ0902+2010은 짙은 분홍색으로 빛난다. 이는 강한 대류 현상에 의해 탄소 분자가 표면으로 올라오기 때문이다. — © Mark Garlick/ 워릭 대학교 |
우주 전역으로 확장되는 '컬러풀한 백색왜성'의 가능성
이번 연구는 별의 색상이 단순히 표면 온도에만 의존한다는 물리학적 통념에 균열을 냈다. 개별 별들의 내부 구성 물질과 주변 환경의 화학적 상호작용이 시각적 외형을 얼마나 극적으로 바꿀 수 있는지 증명했기 때문이다.
연구 공동 저자인 보리스 개식케(Boris Gänsicke) 교수는 "30분의 1이라는 비율이 작아 보일 수 있지만, 우주 전체에 존재하는 수많은 백색왜성을 고려하면 이처럼 유색의 이색적인 별들은 수없이 존재한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발견은 인류가 우주를 바라보는 시각적 지평을 넓히는 동시에, 행성계의 잔해가 별의 최후 단계에 남기는 흔적을 추적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더사이언스플러스=문광주 기자]
[저작권자ⓒ the SCIENCE plus.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