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테리아는 충돌을 이용하여 미로를 탐색한다.

문광주 기자 / 기사승인 : 2026-10-07 21: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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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돌은 방향 전환을 유발하고 밀집된 집단이 계속 움직일 수 있도록 한다.
- 스위스 EPFL 연구진, 슈도모나스 애루기노사의 미세 기계 감각 및 충돌 기반 방향 전환 메커니즘 규명

"충돌이 곧 길이다": 박테리아, 장애물 부딪치며 길 찾는다.

 

밀집된 환경에서 박테리아가 효율적으로 이동하고 개척하는 흥미로운 원리가 밝혀졌다. 보통 밀집도가 높아지면 집단 전체가 한 방향으로 고정되어 새로운 영역 탐색에 지장을 받기 마련이지만, 특정 박테리아는 오히려 '충돌'을 기계적 정보로 활용해 뛰어난 이동성과 유연성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충돌은 녹농균의 속도를 늦출 뿐만 아니라 급격한 방향 전환을 유발한다. 이를 통해 세균은 밀집된 집단에서도 이동성을 유지하고 과도한 집단 정렬을 피할 수 있다. (상징적 이미지) © AI 생성

충돌을 자극으로 인식해 빠른 방향 

 

전환스위스 로잔 연방 공과대학교(EPFL)의 김상우(Sangwoo Kim) 박사 및 알렉상드르 페르사(Alexandre Persat) 교수 연구팀은 균주 Pseudomonas aeruginosa(녹농균)를 대상으로 상공 현미경 관찰, 단일 세포 추적,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결합해 물리적 충돌이 박테리아 집단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Pseudomonas aeruginosa는 표면을 이동할 때 '타입 IV 필리(Type IV pili)'라 불리는 실 모양의 세포 돌기를 이용해 스스로를 견인한다. 또한 이 박테리아는 인근 장애물이나 다른 세포와 충돌하여 발생하는 인장력을 감지하는 미세 기계 센서를 보유하고 있어, 충돌 발생 시 수 초 이내에 정반대나 다른 방향으로 빠르게 전환할 수 있다.


개체 밀도에 따른 자율적 행동 조절

 

연구진은 충돌 후 방향 전환 능력이 저하된 변이주(Delta pilH))와 야생형(Wild-type)을 비교했다. 낮은 밀도에서 두 집단 모두 비슷하게 균일한 분산 형태를 보였다.높은 밀도(표면 점유율 70% 이상)에서는 충돌 시 방향 전환을 하지 못하는 변이주는 빽빽한 클러스터를 형성하며 특정 방향으로만 강하게 정렬되어 움직임이 둔화되었다. 반면, 야생형은 밀도가 높아질수록 충돌 빈도가 늘어나고 그에 따라 방향 전환 횟수도 함께 증가해, 집단 내부가 과도하게 정렬되는 것을 막고 자유로운 유동성을 유지했다.

 

이러한 특성은 군집의 위치에 따라 다르게 작용한다. 박테리아 군집의 중심부에서는 빈번한 충돌을 통해 좁고 구불구불한 경로를 그리며 유연하게 움직이는 한편, 공간이 넉넉한 군집 외곽(전연부)에서는 충돌이 적어 정렬된 상태로 넓은 미개척 공간을 향해 함께 빠르게 확장해 나간다.

 

미세 미로(Labyrinth) 실험에서 입증된 우수성

 

이 메커니즘은 막다른 골목과 장애물이 많은 미세 제작 미로 실험에서 명확하게 입증되었다. 4시간의 관찰 결과, 야생형 박테리아는 미로 전체 면적의 약 92%를 탐색한 반면, 변이주는 65%를 탐색하는 데 그쳤다. 미로의 출구에 도달한 비율 역시 야생형은 20%에 달했으나, 변이주는 단 1%에 불과했다.

 

연구의 의의 및 과제

 

이번 연구는 화학적 신호(Gradient) 없이 오직 물리적 충돌과 기계적 감각 피드백만으로도 군집 전체의 균형 잡힌 이동과 탐색이 가능함을 입증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기계적 피드백이 실제 숙주 조직 내 감염 과정이나 바이오필름(Biofilm) 형성 과정에서도 동일하게 작동하는지 밝혀내기 위해 추가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다.

[더사이언스플러스 / 문광주 기자 helloscienceplu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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