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0년 된 지문이 밝혀낸 진실: 테라코타 진흙전사를 만든 진짜 사람들은?

문광주 기자 / 기사승인 : 2026-10-18 09:2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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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흙 속에 남겨진 2,200년 전의 도장: 지문 분석
- 작업자 구성은 성인 남성이 약 45.0%, 성인 여성이 약 32.7% 그리고 15세 미만의 청소년 및 어린이가 약 22.3% (연령 기준은 진나라의 역사적 법률 문헌을 참고함)를 차지
- 여성과 아이들도 현장에 깊숙이 투입되어 거대한 군대를 만드는 데 이바지했다는 뜻

2,200년 된 지문이 밝혀낸 진실: 테라코타 병마용을 만든 진짜 사람들


중국 최초의 황제인 진시황의 무덤을 지키는 거대한 흙 인형 군대, 즉 '테라코타 전사들(Clay Warrior)'은 1974년 발견된 이래 세계적인 고고학적 미스터리이자 걸작으로 꼽힌다. 수천 개에 달하는 이 병사 인형들은 저마다 생동감 넘치는 표정과 머리모양, 갑옷을 입고 있어 감탄을 자아내지만, 정작 이 거대한 군대를 실제로 빚고 조립했던 '사람들'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잘 알려진 바가 없었다. 

▲ 유명한 테라코타 병마용은 성인 남성들만이 만든 것이 아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보존된 79개의 지문은 여성과 청소년들도 제작에 참여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 ambeon / depositphotos.com

역사적 기록과 기존의 편견


그동안 학계에서는 주로 성인 남성들이 국가의 엄격한 관리 하에 이 무거운 흙 인형들을 만들었을 것이라고 짐작해 왔다. 물론 당시 진나라의 관공서 기록을 살펴보면 여성이나 어린아이들도 국가 공방에서 노동을 했다는 흔적이 남아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러한 기록만으로는 "과연 이 거대한 병마용 제작 현장에도 여성과 청소년들이 실제로 참여했을까?"라는 질문에 명확한 답을 내리기 어려웠다.

진흙 속에 남겨진 2,200년 전의 도장: 지문 분석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 산둥대학교(Shandong University)의 징이 셰(Jingyi Shen) 교수 연구팀은 아주 특별한 단서에 주목했다. 바로 인형의 1번 갱(Pit 1) 중 T23 구역에서 출토된 토기 인형들에 보존된 79개의 지문이었다.

장인들이 아직 마르지 않은 진흙을 손으로 빚고, 세부 장식을 더하고, 조각들을 이어 붙이는 과정에서 손가락의 미세한 피부 결(피부 융선)이 진흙 속에 고스란히 찍혔고, 이것이 2,200년의 세월 동안 불에 구워지며 단단하게 살아남은 것이다.

통계 모델이 보여준 놀라운 작업자 구성


사람의 손가락 피부 결 간격은 나이가 들면서 점차 굵어지며, 성인이 되면 남녀 간에 통계적인 차이가 나타난다. 물론 자라나는 소년의 지문과 성인 여성의 지문이 겹치는 구간이 존재하기 때문에 단 하나의 지문만으로는 나이나 성별을 100% 확정하기 어렵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연구팀은 전체 측정값의 분포를 바탕으로 각 집단의 확률적 비율을 추정하는 특수 분석법(Bayes’sches Mischungsmodell)을 사용했다. 그 결과는 기존의 상상을 뒤엎는 것이었다. 성인 남성이 약 45.0%, 성인 여성이 약 32.7% 그리고 15세 미만의 청소년 및 어린이가 약 22.3% (연령 기준은 진나라의 역사적 법률 문헌을 참고함)를 차지했다.

즉, 병마용을 빚은 손길의 절반 이상(약 55%)이 성인 남성이 아니었으며, 여성과 아이들도 현장에 깊숙이 투입되어 거대한 군대를 만드는 데 이바지했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숙련된 장인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맡은 반면, 어린 견습생들이나 여성들은 비교적 단순하고 보조적인 작업을 도맡아 처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 테라코타 병사들은 여전히 ​​제작자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 구워진 점토에 남은 지문을 통해 약 2,200년 전 이 거대한 군대를 만드는 데 누가 참여했는지 추론할 수 있다. © wm846966 / depositphotos.com

연구의 한계와 앞으로의 과제


물론 이번 연구 결과가 당시 공방에 있던 전체 노동자들의 정확한 '인구 센서스(머릿수 통계)'를 그대로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일하는 방식이나 경험에 따라 어떤 사람은 지문을 수없이 남긴 반면, 어떤 사람은 거의 흔적을 남기지 않았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표본이 거대한 발굴지의 일부분에 국한되어 있으며, 현대 유럽인의 비교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했기 때문에 고대 중국인과의 미세한 차이로 인해 여성이나 청소년의 비율이 실제보다 다소 높게 계산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연구는 기록으로만 어렴풋이 짐작하던 고대 국가 공방의 단면을 생생한 물질적 증거를 통해 확장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행정 문서는 관리 체계와 책임자를 기록할 뿐이지만, 진흙 표면에 남은 미세한 지문은 역사의 뒤편에 가려져 있던 평범한 개인들의 존재를 우리에게 직접 보여주고 있다.

 

참고: Journal of Cultural Heritage, doi: 10.1016/j.culher.2026.09.014

[더사이언스플러스 / 문광주 기자 helloscienceplu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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