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세계에서 성(Sex)은 번식 외에 어떤 역할을 할까? "사랑에 빠진 황소와 수나귀"

문광주 기자 / 기사승인 : 2026-11-04 11: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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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이한 성적 행동이 더 넓고 선택적인 '사회적 관계'의 일부
- 단순히 성적 흥분 때문이 아니라, 성행위 이후에도 사회적 상호작용을 연장하는 역할
- 연구의 핵심 질문은 이 상호작용의 밑바탕에 어떤 메커니즘과 이점이 존재하는가이다

게이 동물 커플: 수소와 수나귀의 성관계

동물의 수컷 간 사랑: 수소 '아킬레'와 수나귀 '파트로클로'는 에티오피아의 목초지에서 성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두 마리 모두 같은 종 및 암수 양쪽 모두에서 충분한 선택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파트너십에는 종의 경계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이들의 관계를 기록하며 한 가지 질문을 던진다. 동물의 세계에서 성(Sex)은 번식 외에 어떤 역할을 할까?

▲ 황소 아킬레와 당나귀 수컷 파트로클로는 단순한 친구 사이가 아니다. 둘은 교미도 한다. · 사진: © André B. da Cruz

펭귄, 양, 유인원에 이르기까지, 동성 간의 관계는 동물계에 널리 퍼져 있다. 동성 간의 짝짓기는 자손을 낳지 못하지만, 사회적 유대를 강화하는 등 진화론적으로 유익할 수 있다. 하지만 보통 동물계의 게이나 레즈비언 커플은 최소한 같은 종에 속한다.

사랑에 빠진 나귀와 소

그러나 최근 생물학자들은 종의 경계를 허무는 동물의 성적 파트너십을 목격했다. 원래 피사 대학교의 안드레 다 크루즈(André da Cruz) 연구팀은 희귀한 젤라다개미자리를 연구하기 위해 에티오피아 고원지대를 방문 중이었다. 하지만 현지의 가축들이 훨씬 더 희귀한 광경을 선사했다. 연구진은 "우리는 수소와 수나귀가 이례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을 관찰했다"라며, "두 수컷은 서로 가까이 붙어 있으려 했고, 반복적으로 짝짓기를 했으며, 서로 핥고 문지르고 냄새를 맡는 등 많은 애정 어린 행동을 보였다"라고 보고했다.

특히 이례적인 점은 수소 '아킬레'와 나귀 '파트로클로'의 관계가 대안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임시방편'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다 크루즈는 "두 동물 모두 암수 모두를 포함해 자신의 종에 속한 다른 잠재적 파트너들에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아킬레와 파트로클로는 서로를 선택했다. 심지어 이 두 네발짐승은 주인이 서로 달랐고, 목동들에 따르면 낮 동안 목초지에서만 만나는 사이였다. 

 

▲ (A) 당나귀 '파트로클로(Patroclo)'와 소 '아킬레(Achille)' 사이의 사회적·성적 상호작용을 보여주는 사진. (B) 올라타기 행동(시점 0; 검은색 수직선) 전후에 나타나는 네 가지 상호 배타적 행동 상태(섭식: 빨간색, 근접하지 않음: 회색, 근접: 노란색, 친화적 행동: 녹색)의 발생 확률. (C) 아킬레와 파트로클로 사이(녹색), 아킬레와 다른 개체들(당나귀 및 소, 주황색), 파트로클로와 다른 개체들(당나귀 및 소, 보라색) 간에 친화적 행동이 나타날 예측 확률. (D) 아킬레와 파트로클로 사이(녹색) 및 아킬레와 다른 개체들(주황색) 간에 나타나는 친화적 행동의 예측 지속 시간. (C)와 (D)에서 색깔이 있는 점은 개별 관측값을, 검은색 사각형은 모델을 통해 추정된 평균값을, 오차 막대는 95% 신뢰 구간을 나타낸다. (B)~(D)의 분석 데이터는 아킬레와 파트로클로가 모두 방목지에 함께 있었던 기간만을 대상으로 한다. (출처:A socio-sexual bond between a bull and a male donkey / November 02, 2026 / Current Biology)
흥분, 성관계, 그리고 종을 넘어선 스킨십

하지만 이것도 두 동물의 성적 관계를 막지 못했다. 연구팀은 2주 동안 수소와 수나귀의 상호작용을 촬영했다. 이 기간 아킬레는 파트로클로에게 51회 올라탔으며, 파트로클로는 이를 편안하게 받아들였을 뿐만 아니라, 아킬레를 살짝 깨물거나 엉덩이를 내밀며 먼저 성적 상호작용을 유도하기도 했다. 연구진은 짝짓기 후 파트로클로의 분변이 끈적하고 하얀 물질로 덮여 있는 것을 여러 차례 확인했는데, 이는 아킬레가 실제로 사정했음을 보여주는 흔적이다.

실제 성행위 이후에도 아킬레와 파트로클로는 애정 표현을 나누었다. 연구진은 "이러한 상호작용은 단순히 성적 흥분 때문이 아니라, 성행위 이후에도 사회적 상호작용을 연장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관찰 기간 이들은 같은 종의 동물들과는 성적인 접촉을 하지 않았다. 아킬레가 다른 수나귀에게 올라타려고 두 번 시도했지만, 상대 나귀가 귀를 젖히며 거부했다. 파트로클로 역시 아킬레와의 밀회 동안 가까이 다가오는 다른 수소들을 물어뜯으며 쫓아냈다.


성은 번식 그 이상이다.

연구진의 관점에 따르면, 종을 넘어선 이 동성 커플의 의미는 단순히 진귀한 사례 하나에 그치지 않는다. 다 크루즈의 동료 마르티나 프란체스코니(Martina Francesconi)는 "핵심은 단순히 수소가 수나귀에 올라탔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다"라며, "이 특이한 성적 행동이 더 넓고 선택적인 '사회적 관계'의 일부였다는 점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이는 성을 단순히 번식으로만 치환할 수 없는 복잡한 사회적 특성으로 바라보게 한다.

다 크루즈의 동료 엘리자베타 팔라기(Elisabetta Palagi)는 "향후 연구의 핵심 질문은 이러한 상호작용의 밑바탕에 어떤 메커니즘과 이점이 존재하는가이다"라며, "이 행동이 주로 사회적 유대감과 관련이 있을까? 관계 유지나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될까? 아니면 사회적 동기와 성적 동기가 결합되어 나타난 결과일까?"라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서로 다른 사회적 시스템을 가진 종들을 비교 연구함으로써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계속 찾아 나갈 계획이다.

출처: André da Cruz (피사 대학교) 외, Current Biology (doi: 10.1016/j.cub.2026.09.038)

[더사이언스플러스=문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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