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는 어떻게 기록적인 속도로 결정을 내릴까?
빠른 두뇌 회전:
까마귀는 화면의 점들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단 235밀리초 만에 정확하게 파악한다. 이는 인간이나 원숭이보다 두 배 더 빠른 속도다. 새로운 연구를 통해 날개 달린 ‘터보 의사결정자’의 두뇌 비밀이 밝혀졌다. 신호 처리 과정이 포유류의 뇌와 유사하며, 이러한 빠른 속도는 비행 요구에 맞춘 진화적 적응의 결과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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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까마귀류는 세계에서 매우 지능이 높은 새들 중 하나니다. · 사진: © Tobias Machts |
까마귀과 조류는 세계에서 매우 지능적인 새들 중 하나다. 이들은 뇌가 작고, 포유류와 달리 층상 구조의 대뇌피질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구를 사용하고,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며, 어떤 사람이 무해하고 어떤 사람이 위험한지 서로 소통하기도 한다.
빠르고 정확한 판단력
이뿐만이 아니다. 튜빙겐 대학의 필립 슈미트바우어(Philipp Schmidbauer)와 안드레아스 니더(Andreas Nieder) 연구팀에 따르면, 이 영리한 새들은 시각적 자극을 바탕으로 기록적인 속도로 결정을 내리는 데도 명수라고 한다.
연구팀은 실험을 위해 두 마리의 CARRION CROW(까마귀)에게 화면 속 움직이는 점들을 관찰하도록 훈련시켰다. 그리고 대다수의 점이 움직이는 방향으로 화면을 쪼아 맞히도록 하는 전형적인 시각적 의사결정 과제를 부여했다.
압도적인 속도:
연구팀은 "까마귀들이 정확도를 떨어뜨리지 않은 채 원숭이나 인간보다 약 두 배 더 빠르게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평균적으로 불과 235밀리초(0.235초) 만에 화면의 올바른 지점을 쪼았다.
높은 정확도: 슈미트바우어는 "명확한 신호의 경우 적중률이 거의 100%에 달했으며, 판독하기 어려운 움직임 패턴에서조차 이들의 결정은 우연의 일치 수준을 넘어섰다"고 전했다.
의식적인 사고 과정:
과제의 난이도는 반응 시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점들이 한 방향으로 일관되게 움직이는 쉬운 과제에서는 최고 216밀리초를 기록했고, 움직임 방향을 알기 힘든 가장 어려운 과제에서는 최대 254밀리초가 걸렸다. 연구팀은 "두 까마귀 모두 오답을 냈을 때 정답을 맞혔을 때보다 유의미하게 느리게 반응했는데, 이는 의식적이고 증거에 기반한 의사결정과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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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실험에서 까마귀는 검은 화면 위의 특정 개수의 흰색 점들이 동시에 왼쪽으로 움직이는지 오른쪽으로 움직이는지 판단해야 한다. 까마귀는 모니터의 해당 표적 원을 왼쪽 또는 오른쪽으로 쪼아 자신의 결정을 나타낸다. — © Andreas Nieder |
새들의 뇌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내기 위해, 연구팀은 포유류의 전두전피질과 유사한 조류의 뇌 영역인 미도팔륨 카우도라테랄레(Nidopallium caudolaterale)의 신경세포 활성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점들이 특정 방향으로 움직일 때 반응하는 방향 특이적 뉴런을 확인했다.
자극이 시작된 지 불과 70밀리초 만에 뇌에서 관련 신호 경향이 감지되었으며, 충분한 신호가 모이면 최종적으로 의사결정에 필요한 임계값에 도달했다.
인간과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기존 연구에서도 이와 유사한 처리 패턴이 관찰된 바 있다. 니더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조류의 뇌에서도 인간 및 비인간 영장류의 확립된 의사결정 계산 모델과 부합하는 신경 동역학이 나타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효율적인 조류의 뇌
그렇다면 왜 까마귀는 의사결정을 이렇게까지 빠르게 내릴 수 있는 걸까? 본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뉴질랜드 오타고 대학의 마이클 콜롬보(Michael Colombo)와 오리안 푸트랭소렐(Oriane Poutrain-Sorel)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영장류에 비해 조류의 뇌는 훨씬 작고 대뇌피질도 없기 때문에 처리 능력이 훨씬 부족할 것으로 보이지만, 어떻게 인지 능력과 의사결정 속도가 영장류와 대등하거나 심지어 뛰어넘을 수 있을까?"
이들의 답변은 조류의 독특한 뇌 구조에 있다. 조류의 신경세포는 클러스터(군집) 형태로 배열되어 있어 포유류의 층상 대뇌피질 못지않게 효율적인 정보 처리가 가능하다. 또한 조류의 신경세포는 포유류보다 더 작고 조밀하게 밀집되어 있다. 연구진은 "조밀하게 밀집된 신경세포는 조류의 뇌를 컴팩트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속도도 빠르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슈미트바우어와 니더에 따르면, 이러한 빠른 신호 처리와 의사결정 능력은 새들에게 중요한 진화적 이점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이러한 속도는 새들이 빠른 부리 움직임, 포식자 감지, 비행 내비게이션 등을 수행하기 위해 시각·운동 제어 능력에 가해진 진화적 압력을 반영하는 것일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출처: Philipp Schmidbauer und Andreas Nieder (Universität Tübingen), Science, doi: 10.1126/science.aed6459
[더사이언스플러스=문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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