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도 시차에 시달린다

문광주 기자 / 기사승인 : 2026-10-31 21: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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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향을 잃은 나침반: 내부와 외부 시간 불일치로 인한 조류의 항로 이탈 현상
- 빠른 경도 이동이 동물 생체리듬과 전 세계적 이동 패턴에 미치는 영향

새들도 시차에 시달린다


대서양바다제비(Atlantiksturmtaucher)는 번식지와 대서양 내 풍부한 먹이 사냥터를 오가며 하루에도 최대 1,000킬로미터에 달하는 거리를 비행한다. 날개 달린 이 장거리 여행자들은 비행 중 방향을 잡기 위해 지구의 자기장, 지형지물, 후각 정보 그리고 태양의 위치 등 상호 보완적인 여러 단서에 의존한다. 

▲ 대서양바다제비는 번식지와 먹이 서식지인 대서양에 도달하기 위해 때때로 최대 1천km를 날아간다. 사진: © Joe Wynn

그러나 최근 과학계에 따르면, 이들에게도 인간의 '시차증(Jetlag)'과 유사한 현상이 발생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내부와 외부 시간 불일치;새들이 동서 간을 하루 만에 너무나 빠르게 이동할 때 발생


옥스퍼드 대학의 패트릭 루빈(Patrick Lewin) 연구팀에 따르면, 동물들이 태양을 일관된 나침반 지표로 활용하려면 태양이 하늘을 가로질러 이동함에 따라 그에 맞춰 코스를 조정해야 한다. 이러한 '시간 보상(Zeitkompensation)' 기능은 외부 단서(특히 아침과 저녁 황혼)를 통해 현지 시간에 맞춰 보정되는 내부 시계(Innere Uhr)에 의해 직접 제어된다.

문제는 새들이 동서 간을 하루 만에 너무나 빠르게 이동할 때 발생한다. 이동으로 인한 경도의 급격한 변화는 내부 시계와 외부 시간 사이의 심각한 괴리를 낳으며, 이는 인간이 겪는 시차증과 매우 흡사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새들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할 때, 새들의 생체 시계가 태양의 위치보다 뒤처지게 된다. 이로 인해 비행 경로가 시계 방향으로 바뀌게 된다. [사진= © Lewin et al./ Science]

GPS 데이터가 포착한 비행 오차


연구팀은 자유롭게 서식하는 1,045마리의 대서양바다제비가 총 3,688회의 먹이 사냥 비행 동안 보여준 이동 경로를 GPS 추적기를 통해 분석했다. 특히 목적지가 명확한 귀환 비행에 초점을 맞춘 결과,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할 때 새들의 내부 시계는 점점 느려지는 경향을 보였다.

그 결과, 새들은 하루 동안 원래 경로에서 시계 방향으로 최대 15도(경도 1도당 약 1도) 가량 벗어나는 현상을 나타냈다. 이는 이동식 태양 나침반 가설과 정확히 일치하는 결과였다. 반면 자기장 편차 등 다른 대안적 설명들은 관측된 비행 경로와 부합하지 않았다.

해안선과 추가적인 보정 메커니즘


바다제비들이 목적지 근처 해안선에 도달하면 추가적인 지형지물 단서를 얻어 경로를 수정하기는 한다. 하지만 이때조차도 최단 직선 경로를 택하기보다는 태양 나침반에 계속 의존해 더 멀리 우회하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팀은 이에 대해 "바다제비들이 해안선을 따라 이동할 때 서로 모순되는 정보가 발생하더라도, 나침반 독립적 메커니즘과 태양 나침반을 복합적으로 활용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생태적 의미와 향후 연구 과제


바다제비의 경우 이러한 시차 현상으로 인한 비행 거리 연장이 생태적으로 큰 타격을 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수천 킬로미터를 비행하며 자신의 현재 위치를 수시로 보정할 기회가 없는 다른 철새들의 경우, 이러한 누적된 네비게이션 오차로 인해 목표지점에서 수백 킬로미터 이상 벗어나는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연구진은 "이러한 시간 차이가 전 세계적 이동 패턴을 형성하거나 대안적 방향 설정 메커니즘의 진화를 촉진할 잠재력이 있다"며, 이번 연구가 야생 환경에서의 시간생물학(Chronobiological) 연구에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다고 평가했다.

원문 출처: Patrick Lewin et al., Science (DOI: 10.1126/science.adz2542)

[더사이언스플러스=문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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