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 천국: 공공시설이 주는 소음 피해

문광주 기자 / 기사승인 : 2023-07-12 11: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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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 없는 안내, 홍보 멘트도 소음 공해의 공범”
- 국민소득은 선진국, 안내방송은 후진국형

소음 천국: 공공시설이 주는 소음 피해

“쉼 없는 안내, 홍보 멘트도 소음 공해의 공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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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 길 지하철을 이용하면서 스마트폰으로 측정한 지하철 객차 내 소음 크기다. 6호선 삼각지에서 DMC역까지 오전 10시경. 몇 차례 반복측정한 결과도 이와 비슷했다. 몇 해 전 인터넷 매체 ‘비즈한국’이 측정했건 소음도는 107dB, 이후 지하철 소음이 논란이 되자 당시 서울교통공사는 자체 측정한 2016년 1-8호선 평균 소음도는 80dB 이하라고 발표했다. 환경부가 권고한 주행 중 철도차량 객차 내 소음기준을 만족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그럴까? 

▲ 1. 서울 지하철 내 모습 (출처:pixabay)

지하철 소음도가 높다고 많이 알려진 노선은 5호선이다. 지상으로 다니는 구간이 있는 노선은 상대적으로 낮다. 대부분 80dB 미만이다. 1호선 안양-관악-석수-금천구청으로 이어지는 구간도 75dB를 넘지 않았다. 하지만 구간이 긴 구간은 어김없이 80db을 오르내렸다. 4호선 인덕원역-과천종합청사역 구간에는 94dB을 기록했다. 이러한 소음 발생의 원인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 2021년 지하철 노선별 일평균 승하차 승객수

지하철 5호선 소음도 시민 물만 가장 많아


이종인 교수(카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는 ‘21년 ‘지하철종사자의 건강문제’에 관한 글을 기고했다. 이 교수는 “유독 5호선의 소음 수준이 높은 까닭에 대해 여러 이유들이 제시되고 있다. 모두 사대문 안 서울 시내를 관통하지만 5호선 라인에는 기존 1~4호선이 지나지 못하는 음영지역을 커버하기 위해 곡선부가 많다. 그리고 지상 구간이 전혀 없어 소음이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 게다가 5호선은 한강마저도 교량이 아닌 하저터널로 관통한다. 차량 자체에 대한 문제도 있다. 5호선 차량의 인버터(구동계) 자체가 소음이 심한 모델이기도 하고, 차량간 이음부에 대한 문제도 제기되어 있다. 때문에 유사한 곡선부를 통과하더라도 다른 노선의 철도차량에 비해 소음과 진동이 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기술했다. 그는 “터널 자체가 1기 지하철(1~4호선)에 비해 낮고 좁게 시공되었고, 자갈 도상에 비해 관리가 편한 콘크리트 도상이 도입된 최초의 노선이기도 하다. 2기 지하철(5~8호선) 중 5호선이 가장 먼저 건설되어 터널 폭이 제일 좁다고 한다. 최근 개통한 5호선 연장선(상일동~하남풍산)의 경우 곡선부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터널 폭이 기존선보다 넓어 소음이 덜하다고 하는데, 아직 직접 가본 적은 없고, 측정된 자료도 찾지 못하였다. 단, 과거에 자갈 도상이었던 노선들도 최근에는 콘크리트로 변경하고 있어 이로 인한 타 노선의 소음 증가도 모니터링이 필요해 보인다”고 썼다. 

▲ 수도권 지하철 노선도

그는 지하철종사자의 건강문제를 언급하며 우려를 표했다. 스마트폰에는 다양한 어플리테이션이 탑재돼 있는데, 이와 연동되는 스마트 워치는 실시간으로 소음 강도를 알려 준다. 예를 들어 80dB이 넘는 곳을 반복적으로 지나치면 어김없이 위험 경보를 보낸다. 애플 제품의 경우 미국 소음규제 기준에 따른 시그날이다. 특정한 소음 측정기가 없어도 본인이 소음에 노출된 환경을 즉각 알 수 있다. 이처럼 일방적으로 당하는 소음 피해는 차량의 노후화 지하 터널 구조의 협소 등의 원인만은 아니다. 구간 사이가 조금 긴 곳을 지나면 어김없이 안내방송이 흘러나온다. “지하철 내에는 분홍색으로 표시된.....” 또 다음 정거장에 들어서기 전에 “지하철에서는 큰 소리로 대화를 하거나....”등. 객차 내 스피커는 쉴 새없이 계몽성 방송을 내보낸다. 많은 승객이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듣거나 휴대폰으로 영상을 시청하면서 출퇴근을 한다. 요즘은 승객들 중에 큰 소리로 대화하는 경우는 드물다. 오히려 객차내 안내방송이 더 요란하다. 하루를 계획하고 미팅 준비를 위해 잠잠히 생각이라는 것을 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마치 많은 말과 잡다한 정보를 내보내는 것이 최선의 서비스를 한다고 여기는 것 같다.

국가소음정보시스템(https://www.noiseinfo.or.kr/inform/standard.do)에 쓰인 소음진동기준은 “소음진동기준은 생활환경보전과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하여 환경정책의 목표치로서 국제표준화기구(ISO)의 권고안을 참고로 하여 설정한 것으로 사전환경성검토, 환경영향평가 등에 검토기준으로 활용되며, 소음진동기준의 달성정도를 파악하기 위하여 환경소음측정망을 설치운영하는 것임 (규제기준은 환경기준 유지와 행정목표 달성을 위한 규제수단의 하나로 환경기준과는 다름)”으로 돼 있다. 또한 교통소음진동관리기준에는 “고요하고 편안한 상태가 필요한 주요시설, 주거형태, 교통량, 도로여건, 소음진동 규제의 필요성 등을 고려하여 소음한도를 초과하거나 초과할 우려가 있는 지역을 우선하여 규제지역으로 지정”한다고 돼 있다.
▲ 소음진동관리법 (철도)
▲ 소음진동관리법 (도로)

서두에 언급한 이종인 교수는 글의 말미에 “이에 환경부에서는 국가소음정보시스템(noiseinfo.or.kr)을 통해 주요 지점에서의 환경소음, 항공기소음, 철도소음, 도로진동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의 철도소음은 선로 주변의 배경소음이며, 철도차량 내 소음에 대한 정보는 얻을 수 없다. 이 글을 준비하기 위해 자료를 모으면서도, 도시철도 객차 내 공인된 소음 측정 자료는 입수할 수 없었다. 인용한 언론보도를 통한 측정값만 제시되어 있을 뿐, 80 dB 미만이라는 문구 이외에 정확한 측정치를 확인하기는 어려웠다”고 지적한 바 있다.

소음진동기준


4년 전 지하철 객차내 소음도가 논란이 되자 당시 보건환경연구원 대기환경연구부 시민생활연구팀은 “어느 정도의 소음에 얼마간 노출되어도 청력에 문제가 없는지 나타내 주는 척도인 소음노출기준(1일 기준, 등가소음도)을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경우 90 dB에서 8시간, 95 dB에서 4시간, 100 dB에서 2시간, 110 dB에서 1시간이다. 미국 NIOSH(National Institute for Occupational Safety and Health, 미국 국립 직업안전위생연구원)의 소음노출기준은 85 dB에서 8시간, 91 dB에서 2시간, 100 dB에서 15분이다. 열차 소음 중 열차 내부의 소음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는 바퀴와 레일 표면 사이의 마찰에 의해 발생하여 ‘끼이익’ 하고 들리는 스킬(sueal)소음이 있다. 그리고 궤도의 형태와 궤도 밑을 지지하는 재료인 도상도 열차 내부 소음에 영향을 준다. 열차 소음 저감 대책으로는 마모된 바퀴의 정삭, 요철이 심한 레일의 주기적인 연마, 레일 하부에 레일패드를 설치하여 진동흡수, 터널 벽체나 바닥에 흡음재 설치, 곡선 궤도에서의 열차속도 조정, 자갈 도상 설치 등이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흡음블럭, 웹댐퍼(Web-damper)를 설치해 객차 내 소음을 저감 하고 있다. 우리 연구원은 1일 800만명이 이용하는 서울 지하철의 객차 내부 및 승강장의 소음 실태를 조사하고, 구간별 소음도 수준 및 소음노출 정도를 평가하여 소음 저감 대책 마련을 위한 기초자료로 제공할 계획이다.”고 뉴스레터로 알렸다.  

▲ 생활소음 규제기준

국민소득은 선진국, 안내방송은 후진국형


그 후 4년이 지났지만, 지하철 내 소음도는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수도권 전철을 이용하는 하루 승객은 1천만 명에 달한다. 스마트 워치를 착용하는 시민들이 소음 피해를 영상으로 녹화해 소셜네트워크에 올린 것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이미 땅속에서 완공된 협소한 지하철로를 개조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볼 것이다. 적어도 잦은 안내방송과 높은 데시벨로 광고 멘트를 하는 객차내 방송은 줄이기를 바란다. 3만 달러를 훨씬 웃도는 1인당 국민소득에 시민들의 눈과 귀도 많이 세련됐다. 반복되는 계몽방송도 자제해야 할 때이다. 어려운 경제 여건에 시민들의 귀라도 쉬게 해주면 좋겠다.

[더사이언스플러스=문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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