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엔 좋은 연주자가 너무 많은데…”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오주영이 던진 한마디

문광주 기자 / 기사승인 : 2026-08-20 19:2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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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타르필하모닉 악장 오주영, 앙상블 VEN과 특별한 우정의 무대
-“연주자만 만족하는 클래식 아닌, 관객이 먼저 찾는 공연 많아져야”
- 9월 11일 백암아트홀…피아졸라 협연부터 차이콥스키 객원 악장까지

“한국엔 좋은 연주자가 너무 많은데…”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오주영이 던진 한마디 


“대한민국에는 정말 훌륭한 연주자들이 많다. 그런데 그에 비해 대중의 관심을 충분히 받지 못하는 현실은 늘 안타깝다.”

세계 무대에서 활약해 온 바이올리니스트 오주영이 한국 클래식 음악계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꺼냈다. 현재 카타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악장으로 활동 중인 오주영은 오는 9월 11일 오후 7시 30분 서울 백암아트홀에서 열리는 앙상블 VEN 콘서트 ‘두 도시의 현’에 참여한다.

이번 무대가 눈길을 끄는 이유는 세계적인 연주자가 국내 공연에 선다는 사실 때문만은 아니다. 오주영은 오랜 인연을 이어온 앙상블 VEN 음악감독 조상욱, 악장 권오현을 비롯한 연주자들과의 인연으로 이번 공연에 뜻을 함께했다. 단순한 게스트 출연을 넘어, 국내 젊은 연주자들과 좋은 음악을 함께 만들고 싶다는 그의 의지가 담긴 이른바 ‘우정의 무대’​다. 

 

오주영은 한국 클래식 음악계에 대해 “실력 있는 연주자는 많지만, 그 연주자들이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환경과 관객층이 충분히 형성돼 있는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간 앙상블과 젊은 연주자들이 처한 현실에 대해서는 안타까움을 드러내.


“좋은 연주자들이 모여 있는 앙상블도 결국 스스로 공연을 기획하고, 제작하고, 홍보하면서 어렵게 무대를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 음악가는 연주에 집중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는 모든 것을 직접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그는 이어 “이런 앙상블과 젊은 연주단체들이 건강하게 성장해야 클래식 음악산업의 기반도 함께 튼튼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주 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관객이 ‘가보고 싶다’고 느껴야”

오주영이 강조하는 또 하나의 키워드는 ‘관객’​이다. 클래식 음악에서 연주력과 음악적 깊이, 아카데믹한 프로그램은 당연히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 공연의 역할이 끝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그는 “연주자에게 학구적인 프로그램과 높은 연주 수준은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연주자들만의 자기만족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며, “클래식을 잘 아는 사람만 공연장을 찾는 것이 아니라 평소 클래식을 접하지 않았던 사람도 ‘저 공연은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이 단순한 공연 마케팅의 문제가 아니라 클래식 음악의 미래와도 연결된 문제라고 바라본다. “관객을 바라보는 공연이 많아지고, 공연장을 찾는 것 자체가 자연스러운 문화가 형성돼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관객이 생기고 음악시장도 커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앙상블 VEN의 공연 『두 도시의 현』에 참여하게 된 이유 역시 이러한 생각과 맞닿아 있다. 정통 클래식 레퍼토리의 음악적 완성도를 유지하면서도,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와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라는 두 도시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연결하는 기획이 흥미롭게 다가왔다는 것이다.

오주영은 “오랜 인연을 이어온 조상욱 음악감독과 권오현 악장, 그리고 앙상블 VEN 단원들과 이런 참신한 프로그램을 함께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제가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내 조국 대한민국의 훌륭한 연주자들이 더 많이 알려지고, 좋은 음악이 더 많은 관객과 만나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다.”  


한 무대에서 만나는 ‘솔리스트 오주영’과 ‘악장 오주영’이번 공연은 오주영의 서로 다른 두 음악적 모습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도 특별하다.

1부에서는 솔리스트로 무대에 오른다. 오주영은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대표작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사계"를 협연한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도시적 풍경과 사계절, 인간의 감정을 탱고 특유의 강렬한 리듬과 서정성으로 풀어낸 작품으로, 오주영의 개성 있는 해석과 앙상블 VEN의 젊고 역동적인 사운드가 어떤 조화를 만들어낼지 기대를 모은다.

2부에서는 역할이 달라진다. 오주영은 무대 앞에 서는 솔리스트가 아니라 앙상블 속으로 들어가 객원악장으로 연주자들과 호흡한다. 연주곡은 차이콥스키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 C장조 Op.48』.러시아 특유의 서정성과 낭만적인 선율, 현악기의 풍성한 울림을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현악 합주곡이다. 한 공연에서 한 연주자를 협연자와 악장이라는 전혀 다른 위치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역시 이번 공연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스타 연주자와 앙상블’이라는 구조를 넘어 한 명의 음악가가 때로는 앞에서 앙상블을 이끌고, 때로는 그 안으로 들어가 함께 호흡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부에노스아이레스까지공연 제목 ‘두 도시의 현’은 피아졸라와 차이콥스키의 음악적 고향을 상징한다.

차이콥스키가 활동했던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가 지닌 깊은 서정성과 낭만, 그리고 피아졸라의 음악을 탄생시킨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뜨거운 열정과 도시적 에너지를 ‘현악’이라는 하나의 언어로 연결한다. 시대도 다르고, 도시도 다르고, 음악적 언어 역시 전혀 다른 두 작곡가다. 하지만 인간의 사랑과 삶, 고독과 열정이라는 감정은 두 사람의 음악 속에서 묘하게 맞닿아 있다.

앙상블 VEN은 이번 공연을 통해 두 작곡가의 대표작을 단순히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서로 다른 두 도시가 가진 정서와 이야기를 하나의 공연 안에서 보여준다는 계획이다.

“민간 앙상블이 살아야 한국 클래식도 더 강해진다” 오주영은 이번 공연이 한 차례의 무대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국내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연주자와 앙상블에 관한 관심으로 이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그는 해외 주요 오케스트라와 음악 현장에서 활동하며 다양한 규모의 연주단체들이 하나의 음악 생태계를 형성하는 모습을 경험해 왔다.

 

그는 "대형 오케스트라와 유명 연주자뿐 아니라 실내악단, 챔버 오케스트라, 소규모 앙상블이 함께 성장해야 음악시장의 저변도 넓어질 수 있다"며,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음악문화가 탄탄한 곳에는 다양한 연주단체가 존재합니다. 젊은 연주자들이 계속 무대에 설 수 있어야 하고, 좋은 앙상블이 지속적으로 공연할 수 있어야 새로운 관객도 생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에는 이미 훌륭한 연주자들이 굉장히 많다”며 “이제는 그 좋은 연주자들과 좋은 음악이 관객에게 닿을 수 있는 기회와 무대를 더 많이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다시 ‘관객’을 이야기했다. “클래식이 어렵다는 생각보다 ‘이번 주말에 클래식 공연 한번 보러 갈까?’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생겼으면 합니다. 연주자들도 관객을 더 바라보고, 관객들도 좋은 연주자를 발견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세계적인 연주자의 화려한 귀환보다 더 의미 있는 것은 어쩌면 그가 한국의 작은 앙상블 무대와 관객을 다시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일지도 모른다.

 

오주영과 앙상블 VEN이 만드는 특별한 우정의 무대 ‘두 도시의 현’은 오는 2026년 9월 11일 오후 7시 30분 백암아트홀에서 열린다.



 

[더사이언스플러스=문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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