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의 비밀 (1) "쓴맛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

문광주 기자 / 기사승인 : 2025-12-14 19:5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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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 5억 년 전, 최초의 원시 어류는 먹이의 화학 신호를 감지하는 최초의 감각 기관 지녔다.
- 감각기관 기저의 복잡한 시스템 밝힌 것은 불과 최근 20년 사이
- 우리는 개별 미각 수용체와 일반 미각 수용체가 모두 활성화될 때 최적의 미각을 느낀다.
- 전 세계 인구의 약 30%는 페닐티오카르바미드 같은 일부 쓴맛 물질을 전혀 느끼지 못해
- 이들은 쓴맛 수용체인 T2R38 유전자에 결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맛의 비밀
미뢰, 조리 기관, 그리고 신호


맛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감각 중 하나이며, 태아 시절부터 우리를 형성해 왔다. 맛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먹고 마시는지 인지하고, 쓴맛이 나는 독을 알아차리며, 단맛에 유혹을 받는다. 예를 들어 초콜릿의 전형적인 맛은 정확히 어떻게 형성되는 걸까? 그리고 왜 사람마다 맛이 조금씩 다르게 느껴지는 걸까?

맛은 매우 오래된 감각이다. 약 5억 년 전, 최초의 원시 어류는 먹이의 화학 신호를 감지하는 최초의 감각 기관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연구자들이 그 기저에 있는 복잡한 시스템을 밝혀낸 것은 불과 지난 20년 사이다. 특유의 향의 미묘한 차이가 미각 수용체의 신호를 통해 뇌에서 어떻게 형성되는지는 아직 완전히 이해되지 않았다. 

▲ 우리의 미각은 어떻게 작용할까? 그리고 왜 사람마다 미각이 다를까?

혀는 무엇을 느낄까?

우리의 하루는 첫 번째 맛 감각으로 시작된다. 커피나 차 한 잔의 풍부하고 약간 쓴 향을 즐기는 것처럼. 맛은 우유가 시큼한지, 빵에 곰팡이가 핀지를 알려준다. 도대체 정확히 어떻게 작용하는 걸까?

마치 러시아 인형처럼

맛의 비밀은 혀에서 시작된다. 거울을 보면 혀 표면에 수많은 작은 돌기들이 보이는데, 이것이 바로 미뢰다. 버섯 모양으로 솟아오른 이 돌기들 안에는 양파 모양의 미뢰가 1개에서 700개까지 겹겹이 쌓여 있다. 마치 러시아 인형처럼, 미뢰는 더욱 넓게 펼쳐져 있다. 각 미뢰에는 50개에서 80개의 미각 세포가 있고, 이 미각 세포 표면에는 다양한 수용체가 있다.

이 미각 수용체는 맛을 느끼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쓴맛, 단맛, 짠맛, ​​신맛, 그리고 감칠맛, 즉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에서 나는 맛(글루탐산과 아스파르트산이라는 아미노산에서 유래)의 다섯 가지 기본 맛을 감지한다. 오랫동안 맛 실험을 통해 이 다섯 가지 감각 수용체가 혀의 특정 부위에만 존재한다고 여겨졌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필라델피아 모넬 화학감각센터의 레슬리 스타인(Leslie Stein)은 "혀의 각 부분은 원칙적으로 다섯 가지 기본 맛 모두에 민감하지만, 특정 자극에 대해 어떤 부분은 다른 부분보다 더 강하게 반응한다"고 설명했다. 

▲ 기존에 알려진 미각 세포들 사이에 새롭게 발견된 미각 세포 유형(BR, 파란색). © Johanna Flora and Kathryn Medler

감각 수용체의 역할: 맛 증폭

하지만 2020년 버팔로 대학교의 캐서린 메들러(Kathryn Medler)가 발견했듯이, 다섯 가지 맛 수용체라는 고정된 모델은 정확하지 않다.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그들은 일종의 "광대역" 감각 수용체를 확인했다. 이 감각 세포는 여러 가지 맛 자극이 동시에 존재할 때 반응한다. 짠맛만은 이 세포에서 반응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더 자세히 분석한 결과 이 ​​광대역 수용체는 다른 맛 수용체의 신호를 증폭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광대역 수용체가 비활성화되자 실험용 쥐는 개별적인 맛을 거의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메들러와 그녀의 연구팀은 "이는 감칠맛, 쓴맛, 단맛을 처리하는 데에도 광범위 감각 세포가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개별 미각 수용체와 일반 미각 수용체가 모두 활성화될 때 최적의 미각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영양 지표 및 경고 신호

우리가 다섯 가지 기본 맛을 인지하는 데에는 생물학적 목적이 있다. 이러한 각각의 감각은 먼 조상들의 생존에 도움이 되었던 정보를 전달한다. 단맛은 음식에 당분이 풍부하여 에너지가 많다는 것을 나타낸다. 감칠맛은 단백질이 풍부하여 영양가가 높다는 것을 알려준다. 짠맛은 우리 몸의 여러 기능에 필요한 미네랄이다. 따라서 짠맛을 느끼고 필요할 때 의도적으로 섭취할 수 있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신맛은 덜 익어서 소화가 어려울 수 있는 과일을 경고하는 신호다.

쓴맛은 특히 중요한데, 독성을 경고하기 때문이다. 많은 독성 식물과 그 성분들은 뚜렷한 쓴맛을 가지고 있다. 슈타인은 "쓴맛은 사실상 위험을 알리는 생물학적 코드"라고 말했다. 이 경고 신호의 중요성은 인간이 다양한 쓴맛 물질에 대한 최대 25개의 서로 다른 수용체를 가지고 있는 이유를 설명해 준다. "쓴맛이 조금이라도 나는 것은 무엇이든 거부하는 동물은 문제가 있을 것이다. 거의 모든 식물성 식품에는 다소 강한 쓴맛을 내는 물질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고 모넬 연구소의 게리 보챔프 연구원은 설명했다. 따라서 동물과 인간 모두 무해한 쓴맛 물질과 위험한 쓴맛 물질을 구별할 수 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쓴맛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

전 세계 인구의 약 30%는 페닐티오카르바미드(PTC)와 같은 일부 쓴맛 물질을 전혀 느끼지 못하거나 아주 희미하게만 느낀다. 이들은 쓴맛 수용체인 T2R38 유전자에 결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쓴맛 수용체가 혀뿐만 아니라 소화관과 호흡기 점막에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그럴까?
▲ 녹농균(Pseudomonas aeruginosa)은 쓴맛이 나는 물질을 분비하여 존재를 알리는데, 이는 우리 점막의 미각 수용체가 감지할 수 있다. © CDC/ Janice Haney Carr

점막 세포 배양 실험 결과, 녹농균을 비롯한 특정 병원균이 이 쓴맛 수용체에 의해 인식되는 신호 분자를 분비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점막의 수용체가 이 자극을 감지하면 점액과 항균 물질을 분비하고 미세한 섬모를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하는데, 이는 병원균에 대한 방어 기제로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반응이다. 따라서 쓴맛 수용체 T2R38은 맛을 느끼는 기능뿐만 아니라 중요한 방어 메커니즘도 수행한다. 즉, 세균성 병원체를 인식하고 이에 상응하는 면역 반응을 유발한다. (계속)

[더사이언스플러스=문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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