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의 비밀 (3) "사랑에 빠진 요리사와 소금"

문광주 기자 / 기사승인 : 2025-12-15 22: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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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아는 자궁 속에서 양수를 삼키고 양수에 함유된 당분, 아미노산, 지방산의 단맛 느껴
- 임신 중 마늘을 많이 섭취한 산모의 아기는 모유보다 마늘 향이 살짝 나는 우유 더 선호
-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신맛과 짠맛에 특히 민감하다. 소금을 덜 넣을 가능성 높아
- 붉은 조명 아래에서 마신 와인이 푸른 조명에서 보다 약 1.5배 더 달콤하게 느껴
- 유전적 소인:사람에 따라 활성과 비활성화될 수 있는 50개의 유전자 발견

사랑에 빠진 셰프와 색깔 있는 와인
주관적인 맛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맛은 예측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제가 정말 맛있게 느끼는 음식이 다른 사람에게는 끔찍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왜 그럴까? 우리 모두에게는 다섯 개의 미뢰와 후각 세포가 있다. 그렇다면 뇌에 동일하거나 적어도 매우 유사한 신호를 보내야 하지 않을까?

초콜릿 케이크 한 조각이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맛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 이유는 미뢰가 아니라 주로 뇌에 있다. 우리가 의식적으로 향이나 맛으로 인지하는 것은 뇌의 대뇌 피질에서만 발달한다. 냄새, 맛, 입안의 감촉, 그리고 삼차신경의 자극 신호가 과거의 경험, 기억, 연상과 결합되어 처리되는 곳이 바로 대뇌 피질이다.

태아기 시절의 선호도

태아기 시절의 경험 또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가 듣고 보기 전에도 맛을 느끼기 때문이다. 태아는 자궁 속에서 양수를 삼키고 그 구성 성분을 인지한다. 주로 양수에 함유된 당분, 아미노산, 지방산의 단맛을 느끼게 된다. 이 첫 미각 경험은 태어날 때부터 우리의 삶을 결정짓는다.

연구자들은 이것이 유아가 처음부터 단맛을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추측한다. 모넬 화학감각센터의 줄리 멘넬라(Julie Mennella)는 "단맛에 대한 선호는 선천적이다"고 설명했다. 이는 실험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카뉼라를 통해 양수에 무균 설탕 용액을 넣으면 태아가 더 자주 삼키기 시작한다. 반대로 양수를 더 쓴맛이 나도록 만들면 삼키는 빈도가 줄어든다. 신생아는 또한 본능적으로 맛을 구별한다. 쓴맛에는 얼굴을 찡그리지만, 단맛이 나면 입술을 핥고 미소를 짓는다.

산모의 식단 또한 태아의 미각 선호도에 영향을 미친다. 연구에 따르면 임신 중 마늘을 많이 섭취한 산모의 아기는 일반 모유보다 마늘 향이 살짝 나는 우유를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니스, 당근, 민트, 바닐라, 블루 치즈 또한 실험에서 비슷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 소금은 예외다. 아기는 생후 약 4개월이 되어서야 소금 맛을 인지하기 때문이다. 

▲ 사랑에 빠지는 것과 음식에 소금을 너무 많이 넣는 것은 무슨 상관이 있을까?

사랑에 빠진 요리사와 소금

우리의 주관적인 미각은 태아 시절과 유년기뿐만 아니라 현재의 감정과 호르몬의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연구에 따르면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신맛과 짠맛에 특히 민감하다고 한다. 따라서 사랑에 빠진 요리사는 수프에 소금을 적게 넣을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평소보다 소금을 적게 사용할 것이다. 반대로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쓴맛과 단맛을 덜 강하게 느낀다.

이유는 세로토닌 호르몬 때문이다. 브레머하펜에 있는 ttz-연구 센터의 감각 연구소 소장인 마크 로만(Mark Lohmann)은 "혈중 세로토닌 수치가 낮을수록 쓴맛과 단맛을 인지할 때 미각 자극이 약해진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왜 이 호르몬은 쓴맛과 단맛 수용체만 억제하고 신맛과 짠맛 수용체는 억제하지 않는 걸까?

연구진은 이에 대한 설명도 내놓았다. "수많은 연구에서 신맛과 짠맛 감각 전달에는 완전히 다른 생화학적 신호 전달 경로가 관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경로는 세로토닌 농도에 덜 민감하고, 따라서 사랑에 빠졌을 때 영향을 덜 받는 것으로 보인다.

눈 또한 미각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미각에 있어서는 호르몬과 혀뿐만 아니라 눈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인위적으로 붉은색을 낸 화이트 와인을 사용한 실험에서 와인 전문가조차도 갑자기 이 색깔 있는 와인에서 전형적인 레드 와인 향을 감지할 수 있다고 믿는 현상이 나타났다. 마인츠 대학교의 연구진은 2009년 말에 이미 음료의 본래 색깔뿐만 아니라 주변 조명 조건 또한 미각을 왜곡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 와인의 색깔은 맛에 대한 우리의 기대와 인식에 영향을 미친다. © A.Savin / CC-by-sa 3.0

한 실험에서 과학자들은 참가자들에게 리슬링 와인을 시음하게 한 후, 실험실에 빨간색, 파란색, 초록색, 흰색 등 각기 다른 색깔의 조명을 비추었다. 그 후 참가자들에게 특정 와인이 어땠는지, 그리고 얼마를 지불할 의향이 있는지 물었다. 결과는 다음과 같다. 빨간색 조명 아래에서 참가자들은 초록색이나 흰색 조명 아래에서보다 와인 한 병당 약 1유로 더 높은 가격을 책정했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참가자들에게 두 잔의 와인을 비교하도록 했다. 참가자들은 두 잔 모두 같은 와인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유일한 차이점은 첫 번째 잔은 붉은 조명 아래에서, 두 번째 잔은 푸른 조명 아래에서 마셨다는 것이다. 실험 결과, 참가자들은 붉은 조명 아래에서 마신 와인이 푸른 조명 아래에서 마셨을 때보다 약 1.5배 더 달콤하게 느껴졌다. 영국-스페인 연구팀은 핫초코에서도 비슷한 색깔의 효과를 관찰했다. 핫초코는 오렌지색 컵에 담았을 때 가장 맛있게 느껴졌다.

유전의 문제

만약 제가 치커리를 맛있게 먹는 반면, 이웃은 쓴맛에 얼굴을 찡그린다면, 이는 단순히 어린 시절의 경험이나 호르몬 때문만은 아니다. 이러한 주관적인 반응 외에도, 모든 사람이 똑같이 맛을 느끼지 못하는 데에는 구체적인 생물학적, 유전적 이유가 있다.

예를 들어, 유전자 활동 분석 결과, 후각 및 미각 수용체의 기능을 담당하는 유전자는 사람마다 활성화 정도가 다르다는 것이 밝혀졌다. 대신 연구진은 유전적 소인에 따라 어떤 사람에게는 활성화되고 어떤 사람에게는 비활성화될 수 있는 50개의 유전자를 발견했다. 따라서 각 사람은 미각을 조절하는 고유한 유전자 패널을 가지고 있으며, 본질적으로 옆 사람과는 다른 방식으로 특정 향을 인지한다. (계속)

[더사이언스플러스=문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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