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늘보는 왜 그렇게 느릴까요

문광주 기자 / 기사승인 : 2026-06-11 22:4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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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늘보의 게놈은 진화 과정에서 대규모 재구성을 거쳤다
- 유전자들이 반복적으로 대량 복제되어 게놈 내 다른 위치에 삽입된 것
- 유전자 전이는 세포의 에너지 생산 기관인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에 영향을 미쳐
- 나무늘보가 느긋하고 에너지를 절약하는 생활 방식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준다.

나무늘보는 왜 그렇게 느릴까요

나무늘보는 에너지 절약의 달인이다. 하지만 극도로 느린 신진대사를 가능하게 하는 유전적 비결은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두발가락나무늘보의 전체 게놈 염기서열 분석을 통해 그 해답이 밝혀졌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나무늘보의 게놈은 진화 과정에서 대규모 재구성을 거쳤다. 유전자들이 반복적으로 대량 복제되어 게놈 내 다른 위치에 삽입된 것이다. 이러한 소위 '점핑 유전자'들은 신진대사와 세포 내 에너지 생산과 관련된 유전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 두발가락나무늘보는 귀중한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는다. 신진대사가 매우 느리고 움직임 또한 느리다. © 베를린 동물원

나무늘보는 남아메리카 열대우림의 나무 위에서 느긋한 삶에 완벽하게 적응했다. 주로 에너지가 낮은 나뭇잎을 먹기 때문에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한다. 나무늘보는 특수한 발톱으로 나뭇가지에 매달려 움직이지 않고 대부분 시간을 보낸다. 움직일 때조차도 매우 느리게 움직인다. 체온은 주변 온도에 따라 낮아지고, 근육량은 최소한으로 줄어들었으며, 신진대사율은 같은 크기의 동물에 비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캠브리지에 있는 웰컴 생거 연구소의 마르셀라 울리아노-실바(Uliano-Silva)가 이끄는 연구팀은 "이러한 신진대사 적응과 앞다리의 특징적인 형태가 결합돼 나무늘보는 매우 정교하고 최대한 정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놀라운 적응이 진화 과정에서 어떻게 발달했는지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유전자 복제는 진화적 혁신을 가능하게 한다

울리아노-실바와 그의 동료들은 두발가락나무늘보의 전체 게놈을 시퀀싱하여 가능한 설명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나무늘보 게놈에 소위 '점핑 유전자', 즉 전이 유전자가 풍부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유전자들은 스스로 복제하여 게놈의 다른 위치에 삽입될 수 있다. 복제된 유전자가 어디에 위치하느냐에 따라 암과 같은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고, 새롭게 획득한 유전적 다양성을 통해 진화를 촉진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나무늘보의 경우, 진화적 이점이 위험보다 훨씬 컸던 것으로 보인다. 분석 결과, 알려진 다른 포유류 게놈에는 나무늘보만큼 많은 전이 유전자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삽입된 복제본의 거의 절반이 유전적으로 활성 상태였는데, 이는 매우 이례적인 수치다. 울리아노-실바와 그녀의 연구팀에 따르면, 이러한 전이 유전자 중 상당수는 약 3천만 년 전 현대 나무늘보의 마지막 공통 조상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그 이후로 나무늘보 게놈에 단단히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연구팀은 최근에 삽입된 유전자의 증거도 발견했다.

나무늘보를 본뜬 에너지 절약 전략?

삽입된 유전자는 어떤 기능을 할까? 연구팀은 복제된 유전자의 기원을 분석한 결과, "이러한 역복제 유전자의 상당 부분이 미토콘드리아 과정 및 세포 대사와 기능적으로 연결된 전구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따라서 이러한 유전자 전이는 세포의 에너지 생산 기관인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에 영향을 미쳐 나무늘보가 느긋하고 에너지를 절약하는 생활 방식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것이다.

이 발견은 인간 의학에도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상파울루 시리오 리바네스 병원의 공동 저자인 페드로 갈란테(Pedro Galante)는 "당뇨병, 노화 관련 질환, 신경퇴행성 질환, 근육 위축증 등 많은 인간 질병이 에너지 생산 및 미토콘드리아 기능 장애와 관련이 있다"며, "추가 연구가 필요하지만, 나무늘보 세포주는 생물이 에너지 부족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그리고 질병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를 이해하는 데 자연적인 모델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Marcela Uliano-Silva (Wellcome Sanger Institute, Cambridge, UK) 외, BMC Biology, doi: 10.1186/s12915-026-02632-5

[더사이언스플러스=문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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