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노스 문명 (2) "쌍도끼와 황소 숭배, 수수께끼 같은 종교"

문광주 기자 / 기사승인 : 2025-12-11 22:5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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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궁전 안의 작은 신전에서 신들을 숭배하는 것을 선호
- 벽화와 도자기에는 젊은 남성들이 황소의 뿔을 잡거나 뛰어넘는 모습이 반복적으로 묘사돼
- 미노아인들은 당대를 훨씬 앞서가는 예술 작품을 창조

쌍도끼와 황소 숭배
미노아 문명의 수수께끼 같은 종교


많은 고대 문명에서 사원과 웅장한 신전은 흔한 건축물이었지만, 미노아인들은 그렇지 않았다. 그들은 동굴이나 산꼭대기 같은 야외에서, 또는 궁전 안의 작은 신전에서 신들을 숭배하는 것을 선호했던 것으로 보인다. 수많은 고고학적 발굴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신화 체계와 의식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하지만 쌍도끼, 뱀을 든 여사제, 황소와 같은 미노아 신앙 체계의 대표적인 상징과 형상들은 잘 알려져 있다. 크레타섬에서는 수많은 쌍도끼가 발굴되었는데, 어떤 것은 금으로 만들어졌고, 어떤 것은 문자가 새겨져 있으며, 많은 것이 사람 키보다 컸다. 이 도끼들은 제물로 바쳐졌을 가능성도 있지만, 여성 신을 상징하기도 했다. 이는 뱀을 든 여성 형상과도 관련이 있는데, 뱀은 많은 고대 문화에서 다산의 상징이었기 때문이다. 

▲ 미노아 문명의 금으로 만든 양날 도끼. © Olaf Tausch/ CC-by-sa 3.0

여신들과 해독되지 않은 두 개의 문자

미노아인들은 그들을 따랐던 그리스인들처럼 여러 신을 믿었다. 이 신들은 종종 동물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거나 동물로 상징되었다. 따라서 벽화에는 사자, 원숭이, 그리핀, 뱀, 그리고 물고기나 돌고래와 같은 수생 동물과 함께 있는 여성 인물들이 자주 묘사된다. 비문에는 바람의 여신, 출산의 여신, 그리고 뱀의 여신 아사라가 언급되어 있다. 인간과 동물이 결합된 형상도 나타난다.

발굴 조사에 따르면 미노아인들은 신들에게 곡물이 담긴 그릇과 동물 제물을 바쳤다. 그들은 기도하는 사람, 신체 부위, 또는 동물을 묘사한 작은 점토 인형과 같은 봉헌물을 통해 감사를 표현했다. 그러나 이러한 봉헌과 함께 행해졌던 의식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 미노아 여신 조각상들, 오른쪽에 있는 유명한 뱀 여신상도 포함되어 있다. © Eli Shany/ CC-by-sa 3.0

그 이유 중 하나는 이러한 의식에 대한 기록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미노아인들은 상형문자와 쐐기문자와 더 유사한 선형 문자 A와 B, 이렇게 세 가지의 서로 다른 문자 체계를 사용했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선형 B 문자만 해독되었다. 그보다 오래된 선형 A 문자와 상형문자는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 있으며, 어떤 언어를 나타내는지조차 명확하지 않다. 선형 A 문자에 자주 등장하는 수학 기호와 계산법 또한 부분적으로만 이해되고 있다.

황소 뛰어넘기 의식에서 미노타우로스까지

미노아 문명의 황소 숭배는 신화적인 요소만큼이나 수수께끼로 가득하다. 벽화와 도자기에는 젊은 남성들이 황소의 뿔을 잡거나 뛰어넘는 모습이 반복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또한 많은 신전에는 두 개의 뿔이나 황소 머리 장식이 있다. 따라서 고고학자들은 미노아인들이 젊은 남성들이 목숨을 걸고 황소의 뿔을 잡거나 등에 뛰어넘는 위험한 의식인 황소 뛰어넘기를 행했을 것으로 추측한다. 이것이 신에게 바치는 일종의 제물이었는지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
▲ 크노소스 궁전에서 발견된 미노아 문명의 상아로 만든 황소 뛰어넘기 조각상. © Chris 73 / CC-by-sa 3.0 (Wikimedia Commons)

이 황소 숭배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유명한 미노타우로스의 기원일 가능성도 있다. 전설에 따르면, 인간의 몸에 황소의 머리를 가진 이 괴물은 크레타 왕 미노스의 궁전 아래 미궁에 갇혀 있었다. 다른 에게해 왕국에서 크레타로 조공으로 보내진 젊은 남녀들이 정기적으로 미노타우로스에게 제물로 바쳐졌다고 한다. 그리스의 영웅 테세우스만이 미노스의 딸 아리아드네의 도움으로 미노타우로스를 죽이고 미궁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이 전설에 담긴 신화적 요소 중 얼마나 진실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일부 연구자들은 실제로 젊은 남성들이 조공으로 크레타에 보내져 황소 뛰어넘기 의식에 참여해야 했을 가능성을 제기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증거는 없다.

독보적인 예술성

하지만 미노아 문명의 예술이 얼마나 발달했는지는 논쟁의 여지가 없다. 이는 벽화 유물뿐 아니라 2017년 미케네 전사의 무덤에서 발견된 약 3,500년 전의 미노아 인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길이가 겨우 3.6cm에 불과한 타원형 석판에는 전사가 두 명의 적과 싸우는 모습이 놀라울 정도로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어떤 세부 묘사는 겨우 0.5mm 크기다. 전사들의 무기, 장신구, 의복에 새겨진 장식은 돋보기나 현미경으로 봐야만 선명하게 볼 수 있다.
▲ 미케네 전쟁 무덤에서 출토된 미노아 문명의 인장과 그 인장에 묘사된 인물의 그림 © University of Cincinnati

"처음 이 그림을 봤을 때 깊은 감동을 받았다. 진정한 걸작이다"고 신시내티 대학교의 고고학자 샤리 스토커는 말했다. "인체의 신체와 근육 묘사가 너무나 정교해서 1천 년 후 그리스 고전 시대 미술에서나 다시 볼 수 있을 정도다. 정말 놀라운 발견이다." 이처럼 미노아인들은 당대를 훨씬 앞서가는 예술 작품을 창조했다. (계속)

[더사이언스플러스=문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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