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하나의 DNA 염기가 성별을 바꾼다

문광주 기자 / 기사승인 : 2026-04-10 11: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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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세계적으로 신생아 4천 명 중 약 1명꼴로 비정상적인 성 발달을 보이는 사람 있어.
- 남성 또는 여성의 '성 특징'의 발달 여부는 단 하나의 DNA 염기에 달려 있다.
- 단 하나의 DNA 염기 돌연변이가 여성 생식기를 남성 생식기로, 또는 그 반대로 변경
- 중요한 돌연변이는 단백질을 코딩하지 않는 DNA 부분에서도 발견될 가능성 있다.

단 하나의 DNA 염기가 성별을 바꾼다


중대한 돌연변이:
남성 또는 여성의 ‘성 특징’의 발달 여부는 단 하나의 DNA 염기에 달려 있으며, 연구진은 이 염기가 유전자 내에 위치하지도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유전적으로 암컷인 XX 생쥐에 이 DNA 염기를 삽입하자, 암컷 생쥐가 난소와 자궁 대신 고환과 다른 남성의 성 특징을 발달시켰다. 이 현상은 인간의 성 발달을 조절하는 메커니즘과 관련이 있다고 연구팀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했다. 

▲ DNA 염기 서열의 단 하나 차이만으로도 생물학적 성 특징의 발달이 달라질 수 있다. © Samarksaya/Getty Images

인간을 포함한 모든 포유류에서 생물학적 성별은 여러 요인의 조합에 의해 결정된다. 이 과정의 핵심은 성염색체이다. 배아가 두 개의 X 염색체를 가지고 있으면 유전적으로 암컷이고, XY 염색체를 가지고 있으면 유전적으로 수컷이다. 다음 단계에서 특정 유전자의 활성은 아직 분화되지 않은 배아의 생식 기관이 고환과 음경으로 발달하거나 자궁과 난소로 발달하도록 한다.

Sox9 유전자는 생식 기관 발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유전적으로 남성인 XY 배아에서 Sox9는 Y 염색체에 있는 유전자에 의해 활성화되고, 이는 남성 생식 기관 발달로 이어지는 일련의 생물학적 과정을 촉발한다. 반면, 여성 생식 기관은 여러 여성 조절 유전자가 활성화되고 Sox9가 비활성화된 상태로 유지될 때 발달한다.

DNA 단편이 스위치 역할을 한다

이스라엘 바르일란 대학교의 엘리셰바 아버복(Elisheva Abberbock)과 동료 연구진은 우리 유전체에 이러한 조절된 성 발달을 방해하거나 심지어 되돌릴 수 있는 아주 작은 스위치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Sox9 유전자로부터 약 56만5천 염기쌍 떨어진 곳에 위치한 작은 DNA 단편을 분석했다.

Enh13이라고 명명된 이 서열은 단백질을 코딩하지 않으며 유전자 풀 밖에 위치한다. 대신, 단 557개의 염기로 이루어진 이 DNA 단편은 Sox9 유전자의 활성을 조절하는 인핸서(Enhancer 유전자의 전사를 증가시키는 DNA 서열) 역할을 한다. 이전 연구에서는 Enh13 유전자가 완전히 소실되면 수컷 XY 생쥐의 성 발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미 밝혀냈다. 즉, 생물학적 성별이 바뀌어 수컷 생식 기관 대신 암컷 생식 기관이 발달하는 것이다.
▲ C, G 6주령 성체 수컷(XY) 및 암컷(XX) 야생형(WT) 마우스와 각 마우스 계통의 XX 동형접합 마우스의 외부 및 내부 생식기와 생식선의 명시야 이미지. 스케일 바는 2000 µm를 나타낸다. (출처:Published: 09 April 2026 / A single-nucleotide enhancer mutation overrides chromosomal sex to drive XX male development / nature communications)
▲ 암컷(왼쪽), 수컷(오른쪽) 및 Enh13 유전자에 DNA 염기를 추가하여 변형된 XX 마우스(가운데)의 생식기. © Abberbock et al./ Nature Communications, CC-by-nc-nd 4.0

암컷에서 수컷으로

이제 애버복(Abberbock) 연구팀은 이 DNA 스위치의 아주 작은 돌연변이 하나만으로도 역성별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연구팀은 암컷 XX 생쥐 배아의 Enh13 유전자 부분에서 세 개의 염기쌍을 제거하거나 한 개의 염기쌍을 추가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유전적으로 암컷이었던 생쥐가 수컷으로 발달하여 정세관을 포함한 고환과 기타 수컷의 성적 특징을 갖게 되었다. 연구팀은 "성체 XX 생쥐는 외형적으로나 내부적으로나 수컷처럼 보인다"며, "고환은 정상보다 다소 작고 Y 염색체가 없어서 정자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보고했다.

"정말 놀라운 일이다. 약 28억 개의 DNA 염기 중 단 하나의 아주 작은 변화만으로도 이처럼 극적인 발달을 유발할 수 있다니 말이다"고 애버복의 동료인 니찬 고넨(Nitzan Gonen)은 말했다. "이는 비코딩 DNA가 발달과 건강에 얼마나 근본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유전자 스위치의 작동 원리

그렇다면 이 단 하나의 DNA 염기가 어떻게 성전환을 일으키는 것일까? 추가 분석 결과, Enh13 유전자 스위치와 이 스위치가 조절하는 Sox9 유전자는 유전적으로 암컷인 동물에서 억제되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여러 암컷 조절 단백질이 이 DNA 부분에 결합해 Sox9의 활성화를 차단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배아의 생식 기관이 수컷 생식기로 발달하는 것을 막는다.

하지만 연구팀이 발견한 바에 따르면, Enh13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이러한 차단 작용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오히려 추가된 DNA 염기가 Enh13과 Sox9를 활성화시키는 조절 인자의 결합을 촉진한다. "이처럼 미미한 활성화만으로도 자가 강화적인 수컷 발달 경로를 유발하기에 충분하다"고 애버복과 그의 동료들은 설명했다.

인간에게도 존재함

흥미로운 점은 이 메커니즘이 인간에게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우리 인간 역시 Sox9 유전자와 Enh13과 매우 유사한 유전자 스위치를 가지고 있다. 이는 인간의 생물학적 성 발달 또한 미세한 돌연변이에 의해 교란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실제로, 여성의 XX 염색체를 가진 남성 환자 세 명이 Enh13의 인간 유사 유전자에서 작은 중복을 지닌 것으로 이미 보고됐다"고 밝혔다.

이러한 새로운 연구 결과는 비정상적인 성 발달을 보이는 사람들에게도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신생아 4천 명 중 약 1명꼴로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는데, 많은 경우 생물학적 또는 유전적 원인을 찾을 수 없다. 애버복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단순히 유전자만 살펴보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중요한 돌연변이는 단백질을 코딩하지 않는 DNA 부분에서도 발견될 수 있다"고 말했다.

참고: Nature Communications, 2026; doi: 10.1038/s41467-026-71328-9
출처: Bar-Ilan University, Nature Communications

[더사이언스플러스=문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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