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에 대항하는 박테리아의 협력 전략

문광주 기자 / 기사승인 : 2026-07-01 11:54:13
  • -
  • +
  • 인쇄
4분 읽기
- 항생제 스트레스 상황에서 일부 박테리아 세포는 휴면 상태에 들어가
- 내성이 없는 박테리아 집단에서도 항생제 치료 후 살아남는 세포들이 종종 발견돼
- 휴면 상태에서 박테리아는 자체 단백질 생산이 감소해 항생제의 영향에 덜 민감
- 활성 박테리아는 죽었지만, 영양분 덕분에 휴면 상태의 박테리아는 살아남을 수 있어
- 수평적 단백질 전달 조작할 수 있다면, 내성 박테리아도 제거 가능

항생제에 대항하는 박테리아의 협력 전략

박테리아는 항생제 내성 없이도 항생제 치료를 회피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개발해 왔다.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항생제 스트레스 상황에서 일부 박테리아 세포는 휴면 상태에 들어간다. 이 동안 세포들은 동료 박테리아로부터 필수 단백질을 공급받는다. 이를 통해 중요한 고비를 넘기고 치료 후 다시 활동을 재개할 수 있다. 

▲ 박테리아는 서로 단백질을 교환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휴면 상태의 박테리아가 항생제 치료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 사진: © gorodenkoff

항생제는 박테리아에 효과적인 무기이지만, 내성균의 증가로 인해 효능이 떨어지고 있다. 병원균이 소위 수평적 유전자 전달을 통해 내성 유전자를 교환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오래전부터 알려져 왔다. 하지만 내성이 없는 박테리아 집단에서도 항생제 치료 후 살아남는 세포들이 종종 발견된다.

텍사스 베일러 의과대학의 크리스토프 허먼(Christophe Herman)은 "이러한 생존 세포들은 유전적으로 내성을 가진 것이 아니라, 대사 활동의 특정 부분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고 휴면 상태에 들어가 치료를 견뎌낸 후 다시 활동을 재개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휴면 상태에서 박테리아는 자체 단백질 생산이 감소해 항생제의 영향에 덜 민감해진다. "이러한 생존자들이 어떻게 형성되고 지속되는지 이해하는 것은 만성 감염과의 싸움에서 중요한 과제다"고 허먼은 말했다.

보호 반응으로서의 단백질 전달

허먼은 제1저자인 앨리스 웬(Alice Wen)이 이끄는 연구팀과 함께 박테리아가 개체군 내 일부 세포가 보호적인 휴면 상태를 유지하도록 하는 전략을 발견했다. 박테리아는 휴면 상태의 세포에 단백질을 공급하여 자체 단백질 생산을 줄일 수 있도록 한다.

"단백질 전달을 감지하기 위해 우리는 대장균을 이용한 민감한 시스템을 개발했다"며, "우리는 한 그룹의 박테리아(공여체)에 Cre라는 특정 효소를 생성하도록 유전자를 변형했고, 다른 그룹의 동일한 박테리아(수용체)에는 Cre 단백질이 수용체에 들어갈 때만 작동하는 유전자 '스위치'를 포함하도록 변형했다"고 웬은 설명했다.

결과에 따르면 공여체와 수용체 세포를 항생제 없이 함께 배양했을 때 단백질 전달은 매우 드물게 발생했다. 그러나 연구진이 치사량 미만의 항생제를 첨가하자마자 단백질 전달이 1천 배 증가했다.
▲ 연구개요도 (출처:Antibiotics stimulate protein transfer to persister cells / 25 Jun 2026 / Science)

휴면 세포를 위한 공급 패키지

그렇다면 공여 세포는 어떻게 단백질을 수용 세포로 전달하는 것일까? 직접적인 세포 간 접촉이 필요한지 알아보기 위해 연구팀은 항생제를 첨가한 직후 공여 박테리아를 배양액에서 제거했다. "그 결과, 단백질 전달이 여전히 일어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웬은 보고했다. "이는 무언가가 환경으로 방출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추가 연구를 통해 이 과정에는 공여 세포가 수용 세포에 전달할 단백질을 담아 방출하는 작은 소포체, 즉 막으로 둘러싸인 주머니가 관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공여 세포를 제거한 후에도 이러한 운반 소포체는 배양액에 남아 있었다.

웬 연구팀은 수용 세포를 더 자세히 분석한 결과, 배양액 내 휴면 상태의 박테리아 세포가 이러한 공급 패키지를 흡수하고 있다는 명확한 증거를 발견했다. "단백질이 담긴 소포체의 흡수는 이 단계에서 휴면 세포의 생존을 촉진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는 소포체가 방출된 후 일반적으로 치사량에 해당하는 항생제 용량까지 늘렸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활성 박테리아는 죽었지만, 영양분 덕분에 휴면 상태의 박테리아는 살아남을 수 있었다.

새로운 치료법 개발

박테리아 집단 내의 역할 분담은 유전적 수준에서도 분명하게 나타난다. 항생제에 노출되면 유전적으로 동일한 박테리아 집단이 두 그룹, 즉 공여체와 수용체로 나뉘는데, 이들은 유전자 활동을 다르게 조절한다. 예를 들어, 공여체 세포는 소포체 생성에 필수적인 PspA라는 막 스트레스 단백질을 더 많이 생성한다. 연구진이 PspA를 제거하자 이 세포들은 소포체를 더 생성할 수 없었다. 반면, 수용체 세포에서는 소포체를 흡수하기 위해 PspA 수준을 가능한 한 낮게 유지해야 한다.

유전자 활동을 상반되게 조절하는 이러한 분업 구조 덕분에 적어도 일부 박테리아는 항생제 치료에도 불구하고 내성을 발달시키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다. 이렇게 살아남은 박테리아는 다시 증식하여 질병을 재발시키고, 이는 다시 내성 발달을 촉진한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첫 번째 시도에서 가능한 한 많은 박테리아를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이러한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연구진은 "수평적 단백질 전달을 억제하거나 조작할 수 있다면, 내성 박테리아도 제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출처: Alice Wen (Baylor College of Medicine, Houston, Texas) 외, Science, doi: 10.1126/science.adx3972

[더사이언스플러스=문광주 기자]

[저작권자ⓒ the SCIENCE plus.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글자크기
  • +
  • -
  • 인쇄

주요기사

+

많이 본 기사

Basic Science

+

AI & Tech

+

Photo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