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끼, 우주에서 9개월 생존

문광주 기자 / 기사승인 : 2025-11-21 22: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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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끼는 포자 주변에 특수 코팅이 되어 있어 방사선 손상으로부터 효과적으로 보호
- 육아세포와 포자체는 우주의 환경에 더 잘 적응했으며, 생존율도 훨씬 더 높고 길었다
- 일부 포자체는 영하 196도에 일주일 이상, 그리고 55도에 한 달 동안 노출된 후에도 발아

이끼, 우주에서 9개월 생존
천연 코팅으로 식물 포자 우주 방사선으로부터 보호


우주는 적대적인 환경이다. 그런데도 국제 우주 정거장(ISS) 외부에서 진행된 실험에서 이끼 종의 포자가 9개월 동안 우주에서 생존하는 모습이 밝혀졌다. 이끼는 포자 주변에 특수 코팅이 되어 있어 방사선 손상으로부터 효과적으로 보호한다. 즉, 이끼는 우주에서 수년간 생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끼가 언젠가 화성에서도 자랄 수 있을까? 

▲ 우주로 이동한 후 지구에서 발아한 이끼 포자. © 맹창현 박사, 고바야시 마이카

이끼는 진정한 생존의 달인이다. 히말라야산맥의 봉우리부터 남극 툰드라, 데스 밸리의 모래 사막, 활화산의 용암 지대까지 지구상에서 가장 혹독하고 극한의 환경에서도 살아남는다. 심지어 영구 동토층이나 빙하에서도 수 세기 동안 생존하는 이끼도 있다.

이끼는 가장 극한의 환경인 우주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인간을 포함한 대부분 생명체는 우주의 진공 상태에서 잠시도 생존할 수 없다"고 삿포로 홋카이도 대학교의 선임 저자인 후지타 토모미치(Tomomichi Fujita)는 설명했다. "하지만 이 작고 놀라울 정도로 튼튼한 식물이 우주에서 생존할 수 있을까?“
▲ 연구개요도(출처: November 20, 2025 / Extreme environmental tolerance and space survivability of the moss, Physcomitrium patens / iScience)

우주 환경 속의 이끼

이를 알아보기 위해 후지타와 제1저자 맹창현(Chang-hyun Maeng)이 이끄는 연구팀은 먼저 시뮬레이션 환경에서 이끼를 "우주로" 보냈다. 연구진은 잘 연구된 이끼 종 *Physcomitrium patens*, 즉 작은 방광 이끼로도 알려진 이끼를 사용했다. 연구진은 이 이끼를 최대 30일 동안 우주와 유사한 실험실 환경에 노출시켜 강한 자외선, 극고온과 극저온의 온도 변화, 진공 등 국제 우주 정거장(ISS) 외부의 환경을 모방했다.

생물학자들은 우주에서 생존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이끼의 세 가지 단계를 시험했다. 첫 번째는 스트레스 조건에서 발생하는 소위 육아세포 또는 특수 줄기세포인 프로테네마타(protenemata)라고 불리는 초기 발달 단계이고, 두 번째는 포자를 포함하는 생식 기관인 포자체(sporophyte)다.

포자는 가장 강하다.

후지타는 "우주의 여러 스트레스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경우 단일 스트레스 요인보다 훨씬 더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했다. 결과는 이를 뒷받침했지만, 자외선이 이끼에 가장 큰 피해를 입힌다는 사실도 보여주었다. 세 가지 이끼 구조를 직접 비교한 ​​결과, 어린 이끼가 가장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 이끼들은 높은 자외선이나 극한 온도에서 살아남지 못했고, 단 4일 만에 모두 죽었다. 육아세포와 포자체는 우주의 환경에 더 잘 적응했으며, 생존율도 훨씬 더 높고 길었다.

포자체 내에 포획된 포자는 모의 우주 환경에서 가장 우수한 성능을 보였다. 포자는 유충 세포보다 약 1천 배 높은 자외선 내성을 보였고, 추위와 더위에서도 더 잘 견뎌냈다. 실험 결과, 일부 포자체는 영하 196도에 일주일 이상, 그리고 55도에 한 달 동안 노출된 후에도 발아할 수 있었다. 따라서 포자체는 연구된 세 가지 이끼 형태 중 단연 가장 회복력이 강하다.
▲ 잎이 많은 배우체 위쪽 중앙에 적갈색 이끼 포자체가 보인다. 이 포자체에는 수많은 포자가 들어 있다. 이와 같은 성숙한 포자체는 개별적으로 채취되어 국제우주정거장(ISS)의 노출 모듈에서 수행된 우주 노출 실험의 샘플로 사용되었다. © Tomomichi Fujita

비밀은 포자 껍질에 있다.

도대체 포자체의 이러한 회복력 뒤에는 무엇이 있을까? 맹과 그의 동료들은 포자를 둘러싼 껍질 구조가 화학적, 물리적 장벽 역할을 한다고 추측한다. 포자낭이라고 불리는 이 자연적인 보호막은 자외선을 흡수하고 건조로부터 보호하여 포자의 손상을 방지할 수 있다. 이끼의 조상은 아마도 5억 년 전부터 이러한 포자를 지닌 구조를 발달시켰을 것이다.

비밀은 포자 껍질에 있다. 포자의 탄력 있는 보호막 덕분에 이끼는 수생 생물에서 육상 생물로 진화한 최초의 식물이었으며, 지구상에서 여러 차례의 대량 멸종을 견뎌냈다. 따라서 이끼는 진화 과정에서 극한의 육상 환경에 잘 적응해 왔다. 하지만 이끼가 더 진화해 우주에서의 영구적인 삶에 적응할 수 있을까?

이끼, 국제 우주 정거장까지 날아갔다가 다시 돌아오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연구팀은 두 번째 실험에서 수백 마리의 이끼 포자체를 실제 우주로 보냈다. 우주선에 실린 이끼는 국제 우주 정거장으로 이동했다. 그곳에서 우주비행사들은 식물 샘플을 우주 정거장 외부에 부착하여 자연환경에 직접 노출시켰다. 283일(약 9개월) 후, 그들은 이끼를 회수하여 재보급 우주선에 실어 지구로 보냈다. 맹과 그의 동료들은 실험실에서 이끼의 손상 여부를 분석했다.

"우리는 거의 생존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고 후지타는 보고했다. 포자의 80% 이상이 우주여행 후에도 여전히 살아있었다. 더 나아가, 이 생존자들의 89%는 여전히 생식이 가능했고 실험실에서 발아했다. 색소 수치는 대체로 정상이었고, 빛에 민감한 엽록소 a 수치만 5분의 1로 감소했다. 그러나 연구진은 이것이 포자의 건강과 광합성 기능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이끼 포자는 9개월 동안 직접 노출된 후에도 활력을 유지했다. 우리는 이 작은 식물 세포의 놀라운 회복력에 정말 놀랐다"고 후지타는 말했다. 이 실험은 육상 식물이 우주의 요소에 장기간 노출되어도 생존할 수 있음을 처음으로 증명했다. 후지타는 "이것은 지구에서 기원한 생명체가 우주의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한 세포 수준의 고유한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는 설득력 있는 증거다"고 말했다.
▲ 우주에 노출된 후 발아하는 이끼 포자. © 맹창현 박사, 고바야시 마이카

이끼는 우주에서도 수년간 생존할 수 있다.

이끼 포자가 우주에서 9개월 이상 생존할 수 있었을까? 이를 추정하기 위해 연구진은 탐사 전후의 이끼 생물 데이터를 비교하고 수학적 모델을 만들었다. 이 모델에 따르면, 포획된 포자는 우주 조건에서 최대 5천600일, 즉 약 15년 ​​동안 생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대략적인 추정치를 검증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실험과 데이터가 필요하다.

이러한 결과는 이제 예를 들어, 이끼나 초내성 종자를 가진 다른 식물을 우주의 외계 토양에서 선구 작물로 재배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재배할 수 있는지를 조사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후지타는 "궁극적으로 이 이끼 연구가 달이나 화성과 같은 외계 환경에서 생태계를 구축하는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참고: iScience, 2025; doi: 10.1016/j.isci.2025.113827
출처: Cell Press

[더사이언스플러스=문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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