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후기 팬데믹 진원지에서 발견된 집단 무덤, 병원균의 최초 증거

문광주 기자 / 기사승인 : 2025-09-04 18:3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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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 1,400년 전, 최초의 대규모 역병 팬데믹이 유럽 전역에 수백만 명의 사람들을 휩쓸어
- 유스티니아누스 역병은 역사상 최초의 대규모 팬데믹이었다.
- 541년-750년 사이, 동로마 제국 인구의 거의 절반이 이 역병의 반복적인 유행으로 사망
- 1993년 고고학자들은 경마장의 일부 방이 집단 무덤으로 개조되었음을 발견
- 초기 사회가 이러한 의학적 재앙에 어떻게 대응했는지에 대한 귀중한 통찰을 제공

유스티니아누스 역병의 기원이 밝혀졌다.
고대 후기 팬데믹 진원지에서 발견된 집단 무덤, 역병 병원균의 최초 증거 제시


역병 진원지에서 발견:
약 1,400년 전, 최초의 대규모 역병 팬데믹이 유럽 전역에 수백만 명의 사람들을 휩쓸었다. 이제 연구자들은 최초로 이 팬데믹의 진원지인 요르단 도시 게라사에 있는 고대 후기 집단 무덤에서 유스티니아누스 역병의 병원균을 확인했다. DNA 비교 결과, 당시 그곳에서 역병균인 예르시니아 페스티스(Yersinia pestis)가 폭발적으로 확산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전염병은 번창하던 무역 대도시의 경마장을 집단 무덤으로 변모시켰다. 

▲ 요르단 연구진은 유스티니아누스 대유행이 페스트 병원균인 예르시니아 페스티스(Yersinia pestis)에 의해 발생했다는 증거를 최초로 발견했다. © Britchi Mirela/ CC-by-sa 4.0

유스티니아누스 역병은 역사상 최초의 대규모 팬데믹이었다. 541년에서 750년 사이, 동로마 제국 인구의 거의 절반이 이 역병의 반복적인 유행으로 사망했다. 게르마니아 일부 지역, 갈리아, 그리고 중동의 많은 지역 또한 고대 후기 역병의 영향을 받았다. 역사 기록에 따르면, 이 팬데믹은 이집트 북부 펠루시움(Pelusium) 초입 부근에서 시작되어 춥고 습한 기후 덕분에 중동, 지중해 동부, 그리고 그 너머까지 빠르게 퍼졌다.

누가 범인이었을까?

하지만 지금까지 유스티니아 역병의 진원지, 즉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지중해 동부 지역에서는 병원균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이 고대 후기 팬데믹이 페스트균인 예르시니아 페스티스(Yersinia pestis)에 의해 발생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유일한 증거는 바이에른, 영국, 프랑스에 있는 소수의 무덤에서 발견되었다. 반면, 지중해 동부 지역에서는 페스트 희생자들의 집단 매장지나 병원균의 유전적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 요르단 게라사 고대 후기의 경마장과 "서커스" 입구. 약 1,400년 전 최초의 대규모 페스트 팬데믹 희생자들이 이곳의 집단 매장지에 묻혔다. © John Romano D'Orazio/ CC-by-sa 4.0

이제 상황이 바뀌었다. 사우스 플로리다 대학교의 스와미 아다파(Swamy Adapa)가 이끄는 연구팀은 요르단에서 고대 후기 페스트의 첫 번째 집단 매장지를 발견했으며, 이 매장지에는 페스트균의 DNA가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다. 매장지는 암만에서 북쪽으로 약 50km 떨어진 게라사(Gerasa)로, 고대에는 이미 중요한 대도시였다. "게라사는 동로마 제국의 중심 도시였으며, ​​웅장한 건물들이 늘어선 무역 중심지였다"고 아다파의 동료 레이스 지앙(Rays Jiang)은 설명했다.
▲ 페스트 병원균인 예르시니아 페스티스(Yersinia pestis)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존재하며 반복적으로 발병을 유발한다. © CDC/ Larry Stauffer, Oregon State Public Health Laboratory

히포드롬(Hippodrom)의 집단 무덤

로마 후기 게라사의 주요 건물 중 하나는 경마장이었는데, 경마장의 스탠드와 인접한 방들은 이후 장인들의 작업장으로 개조되었다. 그러나 7세기 초, 경마장과 작업장은 버려졌다. 1993년 고고학자들은 경마장의 일부 방이 집단 무덤으로 개조되었음을 발견했다. 약 1,400년 전, 약 150명의 성인과 80명의 어린이 및 청소년이 이곳에 묻혔다.

"그러나 집단 무덤이 발견된 이후 유적지와 유물은 접근이 불가능해졌으며, 오늘날 검사 가능한 치아는 소수에 불과하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아다파와 그의 연구팀은 이 치아 중 8개를 유전학적으로 검사하여 이들의 사망 원인을 더 자세히 알아냈다. 이들은 유스티니아누스 역병의 희생자일 수 있을까?
▲ 연구진은 고대 후기 게라사에서 발견된 이 치아에서 예르시니아 페스티스 DNA를 검출했다. © Greg O’Corry/ Florida Atlantic University

"오랫동안 찾아 헤매던 증거“

연구진은 실제로 찾던 것을 찾아냈다. 시신의 치아에서 역병 병원균인 예르시니아 페스티스(Yersinia pestis)의 DNA가 발견된 것이다. 이는 고대 후기 게라사(Gerasa)에서 조사된 다섯 명의 희생자가 역병에 감염되었고, 이 질병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다파(Adapa)와 그의 동료들이 보고한 바와 같이, 당시 그곳에서 만연했던 병원균의 DNA는 유럽에서 발견된 몇 안 되는 고대 후기 예르시니아 페스티스 DNA 흔적과도 잘 일치한다.

지앙(Jiang)은 "이번 발견은 유스티니아누스 역병의 진원지에서 예르시니아 페스티스가 발견되었다는 오랫동안 찾아왔던 증거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수 세기 동안 우리는 파괴적인 전염병에 대한 기록만 가지고 있었을 뿐, 이 지역에 역병이 존재했다는 명확한 증거는 없었다. 이번 발견은 퍼즐의 잃어버린 조각을 제공한다. 동로마 제국의 심장부에서 이 전염병이 어떻게 전개되었는지에 대한 유전적 통찰력을 처음으로 얻게 됐다.”

폭발적인 확산을 위한 좋은 조건

게라사 집단 매장지에서 발견된 사망자들은 모두 동일한 변이형 전염병 병원균을 보유하고 있었음을 비교 DNA 분석 결과 밝혀냈다. 이 변종은 매우 공격적이고 쉽게 전파되는 균주였다. 연구진은 독성과 감염성에 중요한 몇 가지 유전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보고했다. 따라서 연구진은 당시 게라사에서 이 치명적인 질병이 매우 빠르게 확산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 첫 번째 팬데믹 상황에서의 제라시 집단묘지. (A). 첫 번째 팬데믹 이전 또는 팬데믹 당시에 분리된 aDNA 영역은 짙은 갈색(첫 번째 팬데믹 주변)으로 표시되어 있다. 제라시 유적지는 별표로 표시되어 있다. 동로마 제국(짙은 빨간색으로 표시)은 역사적으로 북이집트와 근동에서 지중해 지역으로 확산된 전염병을 기록했습니다. 짙은 갈색 영역의 노란색 점은 서유럽 묘지에서 회수된 Y. pestis의 현재 이용 가능한 유전적 증거를 나타낸다. 중앙/서아시아에서 발견된 단일 Tian Shan Hun 균주(노란색 점)는 유스티니아누스 전염병이 발생하기 전에 존재했던 초기 균주 중 하나일 것으로 추정된다. (B). 제라시(게라사) 경마장 평면도. 평면도의 개략도는 안톤 오스트라즈의 그림을 기반으로 다시 그려졌다. 집단묘지는 버려진 로마 경마장 W2와 W3 방에서 발견되었다. (C). 시체가 발견된 방 중 하나(W2). (출처:Genetic Evidence of Yersinia pestis from the First Pandemic / MDPI / Published: 31 July 2025)

"동로마 제국 대도시의 수로, 목욕탕, 창고, 원형 경기장 등 사회 기반 시설은 사람과 물자를 연결했을 뿐만 아니라, 의도치 않게 병원균의 확산을 더욱 용이하게 했다"고 아다파와 그의 동료들은 설명했다. 인구 밀도가 높은 게라사의 도시 지역은 벼룩을 통해 전염병이 전파되는 이상적인 환경을 조성했다.

전염병의 횡포


게라사의 옛 경마장에 있는 집단 무덤은 단기간에 너무 많은 사람이 죽어 묘지가 더 충분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이는 초기 사회가 이러한 의학적 재앙에 어떻게 대응했는지에 대한 귀중한 통찰을 제공한다"며 "원래 사람들의 오락을 위해 건설된 곳이 이처럼 어려운 시기에 집단 무덤이 되었다. 이는 당시 도시 중심가가 전염병으로 얼마나 과열되었는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동시에 게라사는 동로마 제국의 장거리 무역과 이주 중심지 중 하나였다. 따라서 많은 방문객과 여행객들이 이 도시로 와서 물건을 사고팔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다. 아다파와 그의 연구팀이 설명하듯이, 이러한 상호 연결된 구조는 전염병이 중동 전역을 거쳐 유럽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데 기여했다.

참고: Genes, 2025; doi: 10.3390/genes16080926
출처: University of South Florida

[더사이언스플러스=문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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